[레이더P] 트럼프 순방, 외교보다는 韓·美·日·中 국내효과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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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후 이틀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순방은 탄핵위기를 벗어나려는 트럼프의 '국내용' 보여주기(showing up)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일본의 총선 직후 이뤄진 이번 순방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함으로써 선거 이후 어수선한 국내 정치의 안정을 도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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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후 이틀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출국했다. 전 세계 어딜 가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이슈메이커답게 이번 방한도 만찬의 메뉴부터 국회 연설까지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았다. 거창한 외교 행보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과 이어진 아시아 순방은 꼭 각국의 외교적 의미만을 가질까.
◆트럼프, 리더십·탄핵위기 돌파용?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에 주목할 만한 평가를 내놓았다. Fore! Donald Trump's agenda in Asia is a mystery. But he gets a little credit for showing up. 제목이었다. fore란 단어는 앞부분이라는 부사적 의미 외에 '조심해! 공이 간다!'란 의미도 있다. 즉 돌이 굴러가니 조심하라는 의미도 섞인 제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장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적자 해소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취임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미숙함과 외교 분야에 대한 장악력 부족으로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오랜 동맹국들과 밀착된 관계를 가진 중도파 관료들의 손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와는 별개로 자동조종장치(autopilot)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순방은 탄핵위기를 벗어나려는 트럼프의 '국내용' 보여주기(showing up)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아베, 스캔들 넘고 장기집권 포석?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국내용으로 활용한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는 아내의 사립학교 비리 연루 추문으로 이번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본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안보위기'가 고조되며 아베 정권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일본의 총선 직후 이뤄진 이번 순방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함으로써 선거 이후 어수선한 국내 정치의 안정을 도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진핑, 막강 1인자 힘 과시?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을 국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폐막한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마오쩌둥 이후 가장 막강한 1인자' 자리에 올랐다. 시 주석은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거 청나라의 황제들이 거주하던 중국 자금성에서 연회를 베푸는 등 '황제급 의전'을 하며 더욱 막강해진 국내 위상을 과시했다.
◆文, 코리아패싱 등 논란 일축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문 대통령 또한 이번 순방을 통해 적지않은 국내 정치적 성과를 얻었다. 북미가 한국을 소외시킨 채 직접 대화한다는 '코리아 패싱' 논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함으로써 야당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관계 이상설을 잠재운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이 남북 간 긴장 고조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반대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DMZ 방문을 권유함으로써 (비록 안개 때문에 성사되진 않았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순방은 트럼프 대통령, 아베 총리,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 모두에게 국내 정치용으로는 단기적인 성과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국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없는 한 북핵 문제와 아시아·미국 간 무역분쟁 등 동북아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다른 진전을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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