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연구소] 비싸고, 기준 없고.. 반려인 속 태우는 동물 병원비

최민우 기자 2017. 11.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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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은 늘고 있지만 통일된 기준이 없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같은 진료 및 치료인데도 동물병원에 따라 비용이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난다. 인천에 사는 최모(59)씨는 매년 반려견의 종합예방접종을 위해 먼길을 나선다. 최씨는 “집 근처에 동물병원이 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다른 동네 동물병원을 찾아 간다”며 “동물 병원비에 대한 기준을 알 수 없어, 의사가 하는 말이 곧 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선 각종 예방접종을 권유하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며 “돈 걱정을 먼저 해야 하는 현실에 반려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시스

반려인 10명중 8명 “반려동물 병원비 정책 통일해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10명중 8명이 반려동물 병원비 관련, 정책적 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KB국민카드 이용자 남녀 각 1500명을 상대로 5월 23∼26일 모바일 설문조사 형태로 실시됐다.

사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반려동물 관련 제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는 '반려동물 병원비를 정책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답변이 80.6%로 조사됐다. 아울러 '반려동물 배설물 처리에 관한 벌칙을 강화하자는 견해'가 88.7%, '반려동물 유기·학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86.0%였다. 

사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또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항목을 조사한 결과 10명중 6명이 질병·부상의 치료비(64.0%)에 양육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답했다.또 각종 백신주사와 심장사상충 약 등 예방비(58.9%)에도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반려인들이 반려동물 병원비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크며, 반려동물 양육비에 병원비와 예방비가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뉴시스

병원비 '부르는 게 값'… 부족한 정보에 반려인들은 ‘한숨’

반려인들의 속을 태우는 뒤죽박죽 병원비, 실제 차이는 얼마나 날까.

사단법인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지난 1월 서울 및 6대 광역시(인천, 대전, 광주, 울산, 대구, 부산)에서 동물병원 25곳의 진료비 및 예방접종비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원비는 최대 6배, 예방접종비는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극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진비는 최저 3000원에서 최고 2만원으로 6.67배나 차이가 난다. 재진료비 역시 최저 3000원, 최고 1만6000원으로 가격차가 5.33배다. 검사비도 일반혈액검사와 엑스레이(사진) 검사가 각각 5배씩 가격차가 발생했으며 복부초음파도 4배 차이를 보였다.

사진=사단법인 소비자교육중앙회

예방접종비의 경우 최고가와 최저가의 가격차이가 적게는 5배, 많게는 8배나 차이가 났다. 광견병 예방주사의 최저가는 5000원, 최고가는 4만원으로 가격차가 8배 차이를 보였다. 이어 코로나장염, 파보바이러스, 켄넬코프 각각 6배, DHPPL는 5배 차이가 났다.

치과 치료의 경우, 1개당 발치비용은 최고가와 최저가 가격차는 4배 차이가 났다. 스케일링 비용은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발생했다.

마취비를 포함한 중성화 비용 중 암컷은 평균가 24만9231원, 최저가 15만원, 최고가 40만원, 가격차는 3배 달하는 차이를 보였다. 수컷은 평균가 12만8571원, 최저가는 5만원부터 최고가 25만원까지 5배 차이가 났다.

사진=뉴시스

반려동물 의료보험은? 반려인도 보험사도 외면하는 동물보험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반려동물 의료보험 상품도 수차례 출시됐지만 진료비 수가 기준 부재 등의 제도적 문제로 대다수 손해보험회사가 높은 손해율을 부담, 반려동물 보험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은 반려동물 병원비가 표준화 돼있지 않아 보험가입자의 중복청구나 동물병원의 과잉, 허위 진료 여부 등 자신들이 부담할 진료비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보험연구원(KIRI)에 따르면 2007년 최초로 출시된 반려동물보험은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확대됐다. 하지만 손해율 악화로 보험업계에서 대부분 보험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2014년 동물 등록제 의무화가 실시되고 보험회사들이 반려동물보험을 재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려동물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현재 삼성화재·롯데손해보험·현대해상 등 겨우 3곳에 불과하며 판매 실적 또한 미미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보험 가입 수준 또한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다.

KIRI가 올해 7월 발표한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한 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1% 수준으로 영국, 독일, 미국의 보험가입률이 각각 20%, 15%, 10% 및 일본 2~3%에 이르는 것에 비해 매우 낮다.

2017년 3월 기준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2000여건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개와 고양이 반려동물 규모가 800만 마리를 넘어서는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치다.

사진=보험연구원(KIRI)

반려동물보험의 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반려인들는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높은 가입 기준과 부족한 혜택으로 보험 가입을 꺼리게 된다고 말한다.

KIRI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출시된 상품들은 순수보장형으로 1년마다 갱신을 해야 한다. 또 신규가입의 상한선이 대부분 6세 또는 7세로 제한돼 있다. 반려견이 7세 이전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갱신 가능 연력이 11, 12세로 제한돼 반려견이 나이 들면 보장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가입대상도 개와 고양이만 해당된다.

특히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항목인 예방 접종이나 중성화수술 등은 보장되지 않는다. 반려인들이 보험 상품의 실효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동물진료 표준수가체계

반려동물 병원비에 반려인도, 보험사도 울상인 이유는 통일된 기준이 없어 치료 및 진료비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표준 진료비 사용을 담합으로 판단, 자율 경쟁을 통해 진료비를 내린다는 목적으로 동물 의료수가제도를 폐지했다. 현재 동물병원이 스스로 진료비를 결정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진료비의 경우 인체의료에서와 같은 진료항목별 수가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반려인들은 고가에 제멋대로인 의료비로 인해 허리가 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물의료 표준수가체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진료수가 기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동물진료 표준수가체계 도입을 위한 공개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은 수가 체계가 마련되면 과잉진료를 막고 동물의료보험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에 공감하면서도 진료비용이 획일적으로 상향조정될 경우 병원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의 경우 진료수가를 법으로 표준화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진료비 하한선’을 설정해 하한선의 3배 이상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법적규제는 없지만 미국동물병원협회에서 진료비 평균값 등 기초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맡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반려견 '토리'. 사진=뉴시스

정부, 반려동물 의료수가제, 연말까지 결론 내린다

반려동물 의료수가제는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관심사였다. 정부도 동물병원 비용을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반려동물 의료수가제’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반려동물 의료수가제도 도입 여부는 올 연말까지 결론이 날 전망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맡긴 표준수가제 관련 용역 결과가 오는 12월에 나온다”며 “이를 바탕으로 연말에 시행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려동물 의료비가 너무 비싸고 동물병원마다 의료비가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많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굉장히 높다”며 “더 이상 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 총리실에서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면서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총리실이 직접 나설 것을 주문했다.

홍남기 실장이 언급한 관련 용역은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정책연구용역’으로 농식품부가 올해 초 발주해 한국수의임상포럼(KBVP)이 연구수행자로 선정돼 연구를 진행 중이다.

KBVP 관계자는 “동물병원 표준진료수가제,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방안, 진료비공시제 등을 연구하게 될 이번 연구용역에서 수의사, 반려동물 보호자, 정부 모두 윈·윈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 반려동물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연구용역이 오는 12월에 완료되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6월까지 진료비 부담완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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