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안 부럽다" .. 실적 콧노래 부르는 SW 기업들

이창균 2017. 11. 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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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트렌드 HW → SW로 이동
AI·로봇·자율차에 과감한 투자
네이버·카카오 영업이익 크게 증가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체도 순항

이젠 ‘사상 최대치’라는 수식어가 없으면 명함도 못 내민다.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잇따라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자랑하고 있다. 갈수록 더 중요해질 SW의 힘이 실적으로 거듭 입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매출은 5154억원으로, 앞선 2분기(4684억원의 매출)에 이어 다시 한번 분기 매출 최대치를 경신했다. 2분기보다는 10%, 전년 동기보다는 32% 각각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74억원으로, 2015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가 카카오 같은 포털 기업엔 주요 수익원인 광고 사업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우수한 성적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기반의 ‘플러스친구’ ‘알림톡’ ‘브랜드 이모티콘’ 같은 다양한 광고 상품을 광고주들에게 효과적으로 부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는 내년 1분기 중 1500만여 명이 가입한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를 유료화하면서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고도 밝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포털 1위 네이버도 순항 중이다. 지난달 말 실적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이 1조2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21억원이었다. 네이버가 한 분기에 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네이버는 연 매출이 2015년 3조원대, 지난해 4조원대를 각각 돌파하는 등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9일 발표한 3분기 매출이 7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영업이익은 3278억원으로 403%, 순이익은 2751억원으로 474% 각각 급증했다. 셋 모두 분기 사상 최대치다.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6월 출시된 ‘리니지M’ 등 모바일 게임 4종의 인기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고 했다. 모바일 게임에서만 전 분기 대비 488% 성장한 551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다른 ‘빅3 게임업체’ 넥슨도 이미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넷마블게임즈는 사상 첫 연 매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밖에 삼성SDS가 3분기에 192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한 분기 만에 분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2분기의 1858억원이었다. 이 회사는 핵심 사업인 물류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IT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6% 증가하면서 만회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SW 기업들의 거침없는 약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드웨어(HW) 중심이던 국내 산업계가 HW와 SW라는 쌍두마차 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일 것으로 해석한다. 기업별 실적뿐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이런 흐름이 포착된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W 시장 규모는 4조450억원으로, 전년보다 4.4% 성장해 사상 첫 4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이면 4조1947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또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연 매출 300억원 이상의 국내 SW 기업은 2012년 114곳에서 지난해 220곳으로 배로 늘었다. 220곳의 총 연 매출 규모만 약 51조원에 달한다(2012년엔 29조원). 조현정 협회장은 “패키지 SW, 인터넷 서비스,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IT 솔루션, 시스템 통합(SI), 게임 같은 다양한 부문 모두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했다.

SW 기업들의 몸집이 커질수록 SW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도 그만큼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차 같은 분야에서 이전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네이버는 5000억원을, 게임 빅3는 도합 3000억원 가까이 R&D에 투입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엔 SW가 반도체나 자동차 못지않게 국가 산업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할 것인만큼,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격차 해소와 강소기업 육성 같은 미래 지향적인 대비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 SW산업협회 회원사 9074곳 중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1%도 안 돼 아직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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