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디지털혁명시대, 기술 넘어 기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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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알파고 쇼크 이후 교육 시장에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니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관심이야 반색할 일이지만, 한 편으론 소프트웨어 교육이 '코딩 기술 습득'인 양 인식될까 우려스럽다.
특히 요즘처럼 융·복합형 역량을 갖춘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에는 기술자의 범주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기술과 지성의 융화가 필요한 '기획의 시대'를 살아 갈 그들에게 How보다 Why를 깊이 사고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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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알파고 쇼크 이후 교육 시장에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중학교는 내년, 초등학교는 내후년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공식적으로 도입된다고 하니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듯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니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관심이야 반색할 일이지만, 한 편으론 소프트웨어 교육이 '코딩 기술 습득'인 양 인식될까 우려스럽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기술 교육이 아니다. 기술적인 능력과 더불어 논리력,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융·복합적 교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전 세계 기업인 78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디지털이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산업 간 경계가 없는 시대, 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초 연결 시대에는 기술 중심의 평면적 사고에서 나아가 보다 넓게 보는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융·복합형 역량을 갖춘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에는 기술자의 범주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색다른 시각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자보다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이끌고 있는 헤닝 카거만 박사는 "전문적 영역에만 골몰해 시각이 좁은 인재를 길러낼 게 아니라 폭 넓게 사회를 바라보며 새로운 개념을 빠르게 습득해 나갈 수 있는 '모듈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지식이 아니다. 인문과 자연과학(공학)을 자유자재로 뒤섞을 줄 아는 기획자적 사고다. 같은 재료와 기술을 가지고도 기획자가 누구냐에 따라 '콘텐츠'가 달라진다. 기획자적 사고는 경계 속에서 관계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산업간, 학문간, 사람 간, 사건 간 무수히 존재하는 정보와 현상들 사이에 숨어 있는 관계를 발견하여 연결할 줄 아는 시각이다. 인문학적 단련이 필요한 능력이고, 인문학적 단련이라 함은, 학문 수련의 차원을 넘어 세상에 대해 깊이 사유할 줄 아는 용기를 말한다.
벤처투자자 마크 큐반은 "향후 10년간 인문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었다. 그 말대로 최근 실리콘밸리는 비과학기술분야 인재에게 주목하고 있다. 핀터레스트, 링크드인, 에어비앤비는 경제학, 건축학 등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지원자들을 채용한다. 이후 6개월에서 1년간 도제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교육시킨 후 실전에 배치시킨다. 엔지니어 멘토가 업무시간의 반 이상을 교육에 투자하면서까지 비-공학도를 단련시키는 이유는, '다양성 확보' 때문이다.
비이공계 출신 인력들은 사용자 경험(UX)이나 디자인에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하여, 프로젝트를 창의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레니얼세대에게 양말과 신발의 구분이 모호한 '삭스 스니커즈'가 유행이라고 한다. 함민복 시인의 말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처럼, 삭스 스니커즈도 경계끼리 닿아 생겨난 새로움이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이 살아 갈 세상은 '초연결'이 지금보다 더 심화된 시대일 것이다. 기술과 지성의 융화가 필요한 '기획의 시대'를 살아 갈 그들에게 How보다 Why를 깊이 사고하기를 권한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마리 퀴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해해야 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더 많이 이해해야 하는 때다. 그렇게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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