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만 하면 2명 이상 낳더라.. 출산율 낮추는 건 非婚

이기훈 기자 2017. 11. 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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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 여성 절반이 결혼 안해
2000년도 결혼율 유지했다면 전체 출산율 2명 넘었을 것
"부부 중심 저출산 대책 벗어나 결혼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저출산 여파로 신생아 울음소리 듣는 일이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부부들은 16년 전보다 오히려 아이를 더 많이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결혼 자체를 꺼려 전체적으로 출산 규모가 줄어든 것이지, 일단 결혼한 부부들의 출산율은 과거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층들에게 결혼 동기를 부여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부 한 쌍이 평균 2.23명 낳아"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가 2000~2016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기준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합계출산율(유배우 합계출산율)이 2.23명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는 저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2000년(1.7명)보다 더 높은 수치"라고 8일 밝혔다. '결혼→출산'이라는 고리가 예전보다 더 튼튼해진 것이다. 유배우 합계출산율이 2.23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15~49세 부부 한 쌍이 평생에 걸쳐 아이를 두 명은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뜻이다. 요즘 부부는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자기 몫(2.1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생아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 2000년 1.47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급락했다. 올해는 역대 최저인 1.03명으로 추정된다.

부부의 출산율이 과거보다 더 높아졌는데도 전체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은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혼외(婚外) 출산율은 2%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출산율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얼마나 많은지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아이를 얼마나 낳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부부가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고 해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빠르게 늘어나면 전체 출산율은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0~49세 여성 가운데 절반(49%)은 독신이다. 지난 2000년 열 명 중 세 명(29.6%)이던 여성 독신자 비율이 16년 만에 1.7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결혼 건수 역시 28만1600건으로, 1974년 이후 42년 만에 가장 적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결혼만 예전처럼 해도…

이철희 교수는 15~49세 여성의 유배우자 비율이 지난 2000년 수준으로 유지됐을 때의 가상적인 합계출산율을 계산해봤다. 그 결과 지난해 가상 합계출산율은 2.01명으로, 2차 베이비붐(1979~1982년)이 끝난 직후인 1983년(2.06명)과 비슷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이 '아이 낳기 좋은 사회'에서 '결혼하기 좋은 사회'로 진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처음 꺼내놓은 2006년부터 12년간 쓴 예산(126조8834억원)의 65.5%는 무상 보육·교육비와 시설 지원비로 쓰였다. 이미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저출산 대책의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이철희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낸 '저출산 대책의 효과성 평가' 보고서를 통해 "초혼 연령을 앞당기는 것을 저출산 대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결혼이 출산의 전제 조건"이라며 "이미 결혼한 부부들 위주로 저출산 대책을 짜는 건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합계 출산율

미혼자 포함한 가임기(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

☞유배우 합계 출산율

배우자가 있는 가임기(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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