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섭, 바둑기사에서 전향한 이 배우 라이징스타 예감 (인터뷰)
최근 개봉한 ‘폭력의 씨앗’에서 일병 주용을 연기한 이가섭(26)에 충무로 안팎의 기대에 찬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해일 이제훈처럼 해석의 여지가 많은 말간 얼굴에 184cm의 훤칠한 키, 조용하지만 단단한 심지가 느껴지는 연기가 또 하나의 라이징스타를 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 임태규 감독과 함께 참석했다. ‘폭력의 씨앗’이 신인감독 경쟁부문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대상과 CGV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여름 촬영한 영화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주용이 하루 동안 겪는 사건을 통해 폭력이 인간 내면에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첫 해외여행이었어요. 제주도도 못 가봐서...영화제 간 것 자체가 영광이고 행복이었죠. 배우들의 연기, 작품에 대해 좋게 봐줘 관객, 영화 관계자에 감사했어요.”
소원수리를 낸 부대원을 색출하기 위한 병장의 으름장으로부터 시작한 영화에는 만만치 않은 주제가 관통한다. 군대 내 폭력, 가정폭력 등 일상에 만연한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폭력이 개인의 내면에 자리하고 답습되는 과정을 소름 끼치도록 묘사한다. 첫 장편 주연이라 어깨가 무거웠을 법하다.
“부담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모두가 함께 이끌어가는 영화지만 내가 열심히 끌고 가야겠다란 생각을 많이 했고요. 1주일 정도 강원도 철원에서 함께 촬영한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배웠죠. 좋은 시너지가 생겨남을 느꼈고요.”
주용은 군대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갈구는 고참과 어리바리한 쫄다구 사이에 낀 샌드위치 같은 존재. 후임을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해 나서지만 계급사회의 견고한 벽 앞에 무릎 꿇는 흔하디 흔한 캐릭터다.
“매형을 만났을 때, 누나 주하 혹은 이병 필립을 만났을 때 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있어 그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연기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지점은 결혼한 누나네 집을 찾아가 일으키는 행동이었어요. 내가 감히 누나한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이 꽤 길었어요. 전사를 따져보면 주용과 누나는 어릴 때부터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지 않았나, 주용은 누나에게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폭력의 씨앗’은 롱테이크 장면이 꽤 많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주인공의 뒤를 팔로우하는 장면 역시 빈번하다.
“핸드헬드 롱테이크로 하는 게 처음이라 힘든 점도 있었으나 배운 점이 더 많았죠. 컷을 나눠 찍는 것도 상대배우와 호흡이 잘 맞아야하지만 롱테이크의 경우 상대 배우가 나올 때 굉장히 집중해야 하더라고요. 사전에 감독님, 상대배우와 대화를 많이 했고요. 극중 부대원들 중 동갑인 배우가 2명이 있어 힘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하정우라는 걸출한 배우의 발견이 이뤄졌던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연상케 한다는 이슈도 돌출됐다. 군대 내 이뤄지는 폭력, 신인 감독과 배우, 군인을 주인공으로 한 점 등 때문이다.
“이 작품은 군대폭력만 이야기하지는 않아 ‘용서’랑은 좀 다르지 않을까요. 폭력과 관련해 어디든지 쉬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함을 공감했죠. 모두가 폭력에 대한 고민, 위기의식을 내재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뉴스에 많이 나오는 주제들이라 군대 내 사건사고, 가정폭력을 다룬 기사들을 찾아봤어요. 영화 찍고 나서 조금 더 관심이 생겼고요.”
살 떨리게 잘생긴 것도, 성격파로 나아갈 만큼 개성 강한 마스크는 아니다. ‘말갛다’는 표현이 어울리는데 마냥 착하고 순해 보이는 이미지는 아니다.
“뭔가 모호해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듯해요. 그래서 감독님들이 억울한 역할을 많이 주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악해 보이기도 하대요. 부모님에게 항상 감사하죠. 제 마스크에 대한 장점을 살리고 싶어요.”
산만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어머니 손에 이끌려 바둑학원에 가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고3 때까지 10년간 바둑을 뒀다. 특기생으로 고교에 진학했을 정도로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충동적으로 돌을 던지고 연기판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바둑 때문에 학교에서 야자도 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림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감정이입하며 드라마를 시청하던 잔상에 연기를 하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요. 바둑은 늘 혼자 생각하고 플레이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그거와 반대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육체적인...배우가 딱 그 지점에 있었던 듯해요. 결국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향을 했어요.”
고교 3학년 4월에 바둑을 접고 연기 입시학원 수강증을 끊었다. 감정이 실린 노래와 무용, 연기에 탐닉하면서 켜켜이 쌓여왔던 그간의 고민이 해소되는 느낌을 얻었다. 모든 게 표현이었고 하루하루 다른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데서 즐거움을 얻었다. 마침내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하며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 나만의 둥지를 틀었다.
“바둑을 뒀던 게 연기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차분하게 목표를 세우고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점이라든가. 지금은 취미로 바둑을 둬요. 수영도 배우고 있고요. 수영을 할 때도 물속에서 살아 나와야한다는 집중력이 생기더라고요.”
대학 때부터 필름메이커스 사이트에 ‘출첵’ 하다시피 하며 기회를 엿봤다. 김태용 감독의 단편 ‘복무태만’, 수작 독립영화 ‘영치기들’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려나갔다.
“지금까지는 차근차근 잘 걸어오고 있는 듯해요. 지난해에는 장편 ‘폭력의 씨앗’ ‘재회’ 2편이랑 단편 2편을 했어요. 목표를 다 이룬 셈이죠.(웃음) 올해는 소속사에 들어가고 국내외 영화제에까지 참석했으니 더할 나위 없는 한 해였고요. 저희 또래 배우들은 ‘파수꾼’이 바이블과 같거든요. 주연을 한 이제훈 선배를 좋아해요. 학교 리포트로 제출했을 만큼 눈빛이 좋아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지금은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그래야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을테니까요.”
글= 뉴스엔 객원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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