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이수경 "최민식 얼굴 먹칠 할까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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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이수경(21)을 '차이나타운'의 빨간 머리 소녀로 기억할테다. 누구는 이수경을 '용순'의 체육복이 어여쁜 키 큰 소녀로 기억할테다. 누구는 이수경을 '특별시민'에서 최민식의 죄를 뒤집어쓴 딸로 기억할테다. 이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침묵'의 이수경으로 기억할 것 같다. 이 큰 그릇을 일찍 점찍은 사람들은 '침묵'으로 자신의 보는 눈이 입증된 게 사뭇 기쁠 것 같다. 최민식도 그 중 하나다.
'침묵'(감독 정지우)은 재벌의 약혼녀가 살해되고 그 용의자로 재벌의 딸이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최민식이 재벌로, 이수경이 그 딸로 출연했다. '특별시민'에 이어 두 번째다. 연이어 찍는 영화에서 똑같은 배우가 똑같이 부녀로 호흡을 맞추는 건 드문 일이다. 최민식의 추천이었다.
결과적으론 최민식의 보는 눈에 감탄하게 됐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이수경의 노력과 마음고생은 적잖았을 터. 이수경의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예고를 졸업했다. 언제부터 연기를 꿈꿨나.
▶예고까지 간 건 아빠가 시켰기 때문이었다. 공부를 워낙 하기 싫어하니깐 아빠가 악기 위주로 많이 해보라고 권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흥미를 잃으니, 아빠가 다시 연기를 권해서 중학교 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녔다. 진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중3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던 즈음이었다.
-연기 지망생들은 대학도 연극영화과로 많이 가기 마련인데.
▶'차이나타운'을 고3 때 찍었다. 입시 준비도 부족했고, 지원했던 곳에서 다 떨어지고 나니 갈 마음도 안 생기더라.
-'침묵'은 왜 하게 됐나. 최민식이 추천을 했고 정지우 감독 영화라고 하면 신인으로 누구나 탐을 내겠지만, 그런 외적인 것 말고 그럼에도 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텐데.
▶순서대로 이야기하면 '특별시민'에 최민식 선배님 딸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 그 자리에서 최민식 선배님이 내가 출연하는 또 다른 영화 '침묵'도 딸 오디션을 보고 있다고 했다. "누가 그 역을 하려나"라고 생각은 했다. 그러다가 '특별시민' 끝나고 '용순'을 찍고 난 뒤에 '침묵'쪽에서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최민식 선배님이 추천했다고 하더라.
-오디션은 어땠나.
▶정지우 감독님이랑 제작사 용필름 임승용 대표님, 각색 하신 분, 이렇게 세 명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자유대사 두 개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독백을 정말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정지우 감독님이 '차이나타운'에서 했던 욕 연기를 해보라고 했다. 생각나는 대로 했다.
-그래서 '침묵'의 어떤 점이 끌렸나.
▶우선 최민식 선배님과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컸다. 역할은 사실 조금 자신 없었다. 등장하는 매 신마다 감정신이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촬영 동안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2주 가량 촬영이 쉬었는데 그런 감정을 감당 못해서 매일 울고 불고 가족과 친구들을 힘들게 했다. 정말 못하겠더라.
-'침묵'에서 이수경은 말한 것처럼 매번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을 찍었지만, 그러면서도 매번 변하는 모습을 담아야 했다. 또 그 변화가 설명 없이 넘어간다. 그걸 온전히 배우의 연기로 납득 시켜야 했는데.
▶매 신을 걱정했다. 등장할 때마다 사건이 일어났다. 달라지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걸 과정 없이 표현해야 했다. 선배님들은 그걸 전체를 매끄럽게 이끌어 나간다고 이야기하던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매 순간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뭐가 가장 부담스러웠나.
▶최민식 선배님 추천이라는 게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워했다. 내가 잘 못하면 (최민식 선배 얼굴에) 먹칠할 것 같았다. 전작에서도 아빠랑 딸을 맡았는데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또 하게 된 것이니깐. 뭘 보여줘야겠다기보다는 매 신마다 잘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단 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
-가장 어려웠다기보다 가장 테이크가 많이 간 장면은.
▶이하늬 언니와 오프닝 장면, 그리고 화장실 장면이었다. 첫 장면은 둘 다 첫 촬영이었다. 어떻게 둘이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따라 다른 버전으로 다양하게 찍었다. 화장실 장면은 감정을 로우하게 시작해서 가장 하이까지 다양하게 찍었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찍었다.
-그랬다는 건 감독이 배우에게 정확한 지시를 했다기보다는 맡겼다는 뜻인데.
▶납득이 가지 않으면 꼭 "왜요?"라고 묻는 편이다. 그런데 정지우 감독님은 여러 번 테이크를 가는 게 다 납득이 갔다. 의문이 없었다.
-법정 장면은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리액션과 액션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줬어야 했는데.
▶법정 세트장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 스모그도 깔리고 되게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그 분위기를 탔었다. 그리고 일부로 대사로 그 장면을 기억하기 보다는 앞에서 다른 배우들이 대사를 하는 걸 듣고 반응했다. 그러다보니 생각하지 않았던 리액션이 나오기도 했다. 검사로 나온 박해준 선배님과 했던 신도 하면서 바뀐 것이었다.
-원래 주위 환경, 주위 사람에 영향을 많이 봤나.
▶많이 타는 편이다. 50%는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작품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아니다.
-'침묵'에서 의상과 분장이 주는 효과도 상당했는데. 화려한 재벌 딸처럼 입었다가 죄수복을 입었다가 마지막에 다시 단정하게 입을 때까지. 의상을 입는 게 캐릭터를 입는 것과도 같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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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과는 어땠나.
▶내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꿈꿨을 때보다 훨씬 전부터 최정상인 분이다. 그 분과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꿈 같은 일이다. 처음에는 와 닿지 않았다. '특별시민' 오디션 때 처음 봤는데 되게 떨렸다. 혹시 싫어하면 어쩌지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내 장단점, 현장 상황, 그런 모든 게 다 보일텐데 눈 감아주는 것인지, 다 안아주는 것인지, 너무 좋았다.
-'침묵' 초반부 경찰 취조실에서 최민식과 둘 만 있는 장면은, 오로지 둘 뿐이기에 쉽지 않았을 법 한데.
▶난 분위기도 타지만 상대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진다. 최민식 선배님과 같이 할 때는 최민식 선배님이 해주는 대로 따라갔을 뿐이다. 대사도 시나리오 대로 간 게 아니라 현장에서도 많이 바뀌었으니깐.
-정지우 감독은 어떤 걸 주문하던가.
▶처음에는 주문을 안 했다. 두 세 번 테이크가 지나면 슬그머니 와서 작은 문장 하나를 던져준다. 그 사소한 문장이 연기할 때 내 안에서 커지는 걸 느낀다. 예컨대 오프닝에서 내가 자라를 뚱하게 보는 장면이 있다. 그때 정지우 감독님이 "너는 원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아빠 때문에 오기 싫은 자리를 억지로 온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 구체적인 상황 설정이 굉장히 도움이 되더라.
-'침묵'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기억 못하는 걸로 연기했나.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걸로 연기했나.
▶감독님과 첫 만남부터 기억을 못하는 걸로 하자고 했다.
-그럼 언제부터 기억하는 걸로 했나.
▶법정에서 쓰러지는 장면부터. 그렇지 않아도 감독님이 말씀이 없으셔서 "저는 기억을 언제부터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정지우 감독님은 먼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주위의 의견을 다 듣고 이야기한다.
-감독들마다 여러 방법이 있을텐데. 어떤 방법이 좋나.
▶너무 감독님이 처음부터 다 이야기하면 그냥 끌려만 가는 것 같고, 내 의견만 처음부터 말하면 내가 감독이 아닌데 전체를 모르지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지우 감독님 같은 방법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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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와 이하늬, 이렇게 세 배우의 합들이 인상 깊던데. 누구와 연기를 할 때가 더 에너지가 많이 들었나.
▶신혜 언니는 처음에는 영화 속에서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몰라서 더 고민이 컸다. 그런데 감독님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편해졌다. 이하늬 언니와는 감정이 쿵쾅쿵쾅 부딪혀야 했다. 특히 화장실 장면은 내 기억에는 8~10번 정도 테이크를 갔는데 언니는 울고 나는 부들부들 떨고 그랬다.
-박신혜, 이하늬와는 어땠나.
▶사실 연예인들이 아직 어렵다. 그런데 신혜 언니는 남들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간혹 너무 친절한 사람은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신혜 언니는 쑥 들어와서 언제 어느 때 만나도 편하게 만들어준다. 이하늬 언니는 성경에 나오는 어머니 같다. 안겨서 울어도 모든 걸 다 받아줄 것 같다.
-그런 관계를 영화 속 감정에도 가져왔나.
▶그건 아니다. 하늬 언니와는 연기와 실제는 따로 따로였다. 신혜 언니는 그런 감정에 묻어갔다.
-'침묵'은 상대적으로 흥행이 저조하다. 반면 이수경은 평이 좋다. 심경이 어떤가.
▶난 '침묵'이 되게 잘 될 것이라 생각해서 (흥행이) 많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잘 보지 못한 영화라 많은 관객이 좋아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에 대한 평이 좋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되게 부담된다. 지금 '기묘한 가족'이란 영화를 찍고 있는데 이건 '침묵'과는 또 전혀 다른 이야기, 다른 캐릭터다. 그래서 부담이 크다. 어떤 평에는 "잘한다고 해서 봤더니 별로더라"도 있기도 했고.
-그런 글들, 평들 다 보나. 주위에 영향을 받기 쉬운 성격이라면서.
▶다 본다. 커뮤니티까지 들어가서 다 본다. 되게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아직은 열심히 다 챙겨본다.
-'침묵'에서 '기묘한 가족'까지 7개월 가량 시간이 있었는데.
▶집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되게 소중하다. 만화방 가기도 하고, 혼자 영화도 보고, 멍하게도 지냈다. 그런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연애는?
▶안한다.
-보통 이런 질문에 안 한다고 하면 하는데 안 한다고 하거나, 실제로 안 하는데 일 때문에 안 한다고 하거나, 지금은 일이 더 중요할 때니깐이라고 하거나, 그냥 지금이 좋은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한다거나 등등으로 답하기 마련인데.
▶첫 번째 빼고 전부 다다.
-여러 선배들이 연애 많이 해보고 여러 경험을 많이 해야 연기가 는다는 소리들을 했을텐데. 물론 경험이 도움을 주긴 할 테지만 살인자 역 맡는다고 살인할 수는 없는 노릇 일텐데.
▶정말 그런 조언들을 많이 해주신다. 그런데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침묵' 속 역할도 마찬가지다.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깐.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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