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은 상처 터진 국민의당.. "10명 안팎 탈당 생각 있다"

김아진 기자 입력 2017. 11. 8. 03:20 수정 2017. 11. 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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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 사퇴 요구 공개발언까지.. 국민의당 어쩌다 이 지경]
호남 중진의원들 모임서 安 성토 "소속 의원에 나가라니.. 딱 초딩"
일부 "심정적으론 당 이미 깨져"
安 "모든 투덜거림에 답 않겠다" 민주당과 합치려는 움직임 경계
"정체성 다른 세력 한살림 차린 게 처음부터 잘못이었다"는 해석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독일·이스라엘 순방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민의당은 7일에도 내부 분란이 계속됐다. 일부 호남 중진은 전날 안철수 대표가 "끝까지 같이 못 하는 분이 있더라도 갈 길을 가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우리 보고 당을 나가라는 것이냐"고 했다. 안 대표는 "모든 투덜거림에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 관계자들은 "국민의당 갈등은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 간 곪았던 관계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것"이라며 "(40명 소속 의원 중) 10명 안팎은 탈당에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호남 3선인 유성엽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안철수 사당이냐"며 "어떻게 당대표가 현역 의원에게 '불편하면 당을 나가라'고 하는 말을 하느냐. 경악했다"고 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에 "딱 초딩 수준"이라고도 썼다. 전날 유 의원은 안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 "복수하려고 정권 잡았냐"고 한 발언 등을 문제 삼고 "중대 결심을 할 때"라고 했고, 안 대표는 "당에 있기 불편하신 것 같다"고 했었다. 주승용, 장병완, 조배숙 의원 등 호남 중진들도 이날 모임을 갖고 안 대표 발언에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돈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이미 심정적으로 쪼개졌다"면서 "안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회복하기 어렵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민주당과 같이 가는 게 옳다"고도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을 살리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여러 가지 고언은 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 "하지만 당과 국가를 위한 게 아니라 분란을 위한 것이라면 대처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홍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래 봤자"라고 했다. 안 대표는 4박 5일 일정의 독일,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

바른정당 분당과 함께 불거진 국민의당 갈등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며 "중도 성향 안철수계와 강경 진보 노선 호남 중진들이 한 살림을 차린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반문(反文)계가 주축이 돼 2016년 1월 창당했고 그해 총선에서 호남 28석 중 23석을 얻으며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호남 일부 중진과 안철수계는 사사건건 부딪쳤고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치러진 당대표 선거 때 악화됐다. 안 대표가 출마하자 이미 출사표를 던졌던 천정배·정동영 의원은 "몰염치"라고 했다. 일부 반안(反安) 성향 비례대표 의원도 이런 비판에 동참했다. 당시 안 대표 측은 "호남 중진이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과 합당하는 수순으로 가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했었다. 안 대표가 51% 득표율로 당선된 뒤에는 양측이 당 정체성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대북 정책,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작업 등에 대한 생각도 달랐지만 바른정당 통합·연대 문제에 대한 의견 차는 더 컸다. 동교동계 등 호남파에선 "민주당과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안 대표가 대통령 꿈을 이루기 위해 햇볕정책을 포기하고 탈호남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의 사퇴 요구가 바른정당 분당을 계기로 다시 터져 나온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자유한국당에 1당을 뺏길 수 있으니 국민의당과 합당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한 친문(親文) 의원은 "지금의 121석으로는 대선 공약을 위한 입법도 어렵다"며 "국민의당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국민의당에서 "민주당과 합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정동영·유성엽 의원도 본지 통화에서 "나는 다당제 주의자"라며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공식적으론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가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겠냐" "민주당과 손잡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고 하는 의원들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안 대표 측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당과 뭔가 해보려고 당대표를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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