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서도 "이러니 정권의 忠犬 소리 듣는 것"

조백건 기자 2017. 11. 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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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훈 검사 죽음에 비판 쏟아져
외부고발 아닌 검찰이 수사 시작, 자기 식구에게 칼 겨눠 충격 커
내부 통신망에 애도 댓글 250개.. 체육대회 등 연말행사 잇단 취소

문무일 검찰총장은 7일 아침 회의에서 대검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대화가 뚝뚝 끊겼다"고 했다. 평소엔 문 총장과 참모들이 보고 내용을 갖고 대화를 주고받는데, 이날은 문 총장이 듣기만 할 뿐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몇몇 대검 간부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일선) 검사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가 전날인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응을 살핀 것이다. 대검은 연말에 잡혀 있던 부서 체육대회, 문화 행사, 회식 약속도 대부분 취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변창훈 검사의 사망에 말로 못할 안타까움과 침통함을 느낀다"면서도 "우리가 변 검사의 검찰 출석 사실 등을 언론에 노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수사팀이 변 검사의 혐의와 조사 과정을 외부에 알려 망신을 준 것 아니냐는 검찰 일부의 불만에 대한 반응이었다.

검찰 수뇌부는 이날 내부 통신망에 올라오는 글들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날 통신망에 올라온 변 검사의 부고(訃告)에는 애도를 나타내는 검사들의 댓글이 250개 넘게 달렸다. 임무영(54) 대전고검 검사는 이날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변 검사 관련 뉴스를 보니 마음이 뒤숭숭해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분들의 뉴스를 많이 봐왔지만, 사람 손이 다 안으로 굽기 때문인지 지금의 충격과는 차이가 있다'고 썼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1층 로비에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로 시작하는 ‘검사 선서’가 걸려 있다. 하루 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검찰은 문화 행사와 각종 체육 대회, 회식, 기자단 오찬을 취소했다. /성형주 기자

이번 사건이 검찰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외부 기관의 고발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검찰이 시작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검찰의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국정원 파견 근무 중이었던 장호중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변 검사,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가 국정원 측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방해했다는 단서를 잡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국정원 개혁위 측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국정원 내부 문건을 달라고 요구했고, 국정원 메인 서버에 있던 자료를 넘겨받아 자기 식구라 할 수 있는 검사들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는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013년 댓글 수사 팀장이었다.

수도권 한 지검의 평검사는 "수사가 과하다는 얘기가 검찰 안에서도 많았다. 이러면 검찰은 매번 정권의 충견(忠犬)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며 "동기 검사들끼리 소셜 미디어로 얘기를 해보니 수뇌부가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했느냐는 말이 많더라"고 했다. 또 다른 평검사는 "검찰 수뇌부가 정권 입김을 전혀 막아주지 않고 있다.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우리가 우리 동료를 죽였다. 검사 생활하면서 가장 참담한 기분"이라고 했다. 한 일선 지검장은 "되풀이되는 하명(下命) 수사로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외부에 비치지 않겠나. 검찰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져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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