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VR과 AR, 차이점과 접근법

2017. 11. 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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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구글, 알리바바 등이 투자한 매직리프(MagicLeap)가 최근 다시 1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직리프는 증강현실 기술 기업으로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나 HTC의 바이브, 구글의 데이드림 등이 제공하는 가상현실과는 다른 종류의 기술이다. 물론 이 두 가지 기술은 기본적으로 3차원 영상을 중심으로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과 기본적인 기술의 구현방식에서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의 활용도와 성공의 초점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증강현실 컨소시엄(Augmented Reality Consortium)의 회장인 로버트 라이스(Robert Rice)은 "증강현실은 현재 자신의 위치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또는 하고 싶은 일)의 맥락과 관련된 미디어가 자신의 현실(실체)을 증강하거나 더 낫게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라이스의 정의에 따르면 증강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 된다. 그에 비해 가상현실은 "컴퓨터 등을 사용한 인공적인 기술로 만들어낸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혹은 그 기술 자체" 로 정의된다. 즉, 가상현실은 실체가 아닌 어떤 것을 창조해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두 기술의 가장 커다란 본질적인 차이가 난다. 증강현실이 '현실'을 기초로 새로운 경험을 강화시키는 것에 비해, 가상현실은 '가상'의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해석하자면, 증강현실은 스마트폰 등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미디어 인터페이스로서 우리의 행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활용의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아이폰을 아이팟과 휴대폰, 그리고 인터넷 미디어 디바이스가 합친 제품으로 포지셔닝했지만, 이 기기를 사용하는 수 많은 사용자들과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아이폰을 활용하고, 다양한 앱들을 만들어 냈으며 이는 결국 우리가 모바일 혁명이라고 불렀던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증강현실 기술에는 이런 특징이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반응하는 수 많은 행동과 서비스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이상의 미디어 인터페이스 혁명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 다만 이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3D 그래픽이 현실의 물체 및 배경들과 위화감이 없이 보이도록 해야 하며, 사물을 인지하고 적절한 위치 등을 계산해서 접목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연산량을 필요로 한다. 이런 연산량을 기존의 모바일 기기가 감당하기 어려웠고, 계산 가능한 기기는 커다란 컴퓨터 보드와 배터리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안경형 디바이스로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발되고 있는 초소형 칩들이 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 확실시 되면서 스마트폰에서의 적용을 시작으로 실용적인 안경형 증강현실 기기의 개발 및 보급도 수년 뒤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혁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에 비해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저렴한 디바이스의 보급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은 충분히 성숙해졌다. 그러나, 가상현실 기술은 '가상'의 것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얼마나 이 '가상'을 잘 만드는지 여부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콘텐츠 산업에 가까운 특징을 가진다. 즉,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여부보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상현실 기술이 언제쯤 크게 성공할 것인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그래픽 전용카드와 고성능 PC의 보급이 시작된 계기가 '스타크래프트'의 대히트에서 시작되었듯이, 가상현실을 이용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대형 히트작이 나올 때 폭발적으로 기술의 보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술을 바라볼 때 지나치게 기술지향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본질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고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증강현실 기술은 미디어 인터페이스이고, 가상현실 기술은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디스플레이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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