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찬반집회 치열.."굴욕 외교" vs "LOVE USA"

이예슬 2017. 11. 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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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단체 "전쟁 위협·통상 압력 트럼프 규탄"
보수단체 "진심 환영, 한미 동맹 강화해야"
방한 반대 집회에 文 정부서 첫 '차벽' 등장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시민들 앞으로 방한을 반대하는 손 피켓을 든 대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2017.11.07.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사건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서울 도심에서는 보수·진보단체가 각각 찬반집회를 열고 세대결을 펼쳤다.

진보단체의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는 오전부터 이어졌다. 보수단체는 오후부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진보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220여개 진보단체들로 구성된 'NO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공동행동은 "각종 인종 차별과 반이민 정책으로 전세계적 비난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그를 국빈으로 초청해 국회 연단까지 내주는 굴욕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분노에 대해 갑호 비상령과 집회 금지, 대규모 경찰력 동원으로 대답하는 박근혜 적폐세력들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며 "우리는 전쟁 위협과 무기 강매, 강도적 통상압력을 가하는 트럼프의 방한을 규탄하며 즉시 이 땅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트럼프 정부, 평화 정책으로 전환 ▲문재인 정부,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기초해 남북간 대화 ▲아베 정부 군사력 증강과 경찰국가화를 위한 시도를 중단 등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집회를 시작으로 오후 1시 광화문광장에서 항의서한 전달 퍼포먼스와 트럼프 규탄 캠페인, 삼청로 방면으로 청와대와 100여m 떨어진 '126멘션' 앞에서 규탄 집회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로 집회·시위 현장에 차벽이 설치되기도 했다. 경찰이 마지막으로 집회·시위 현장에서 차벽 설치를 한 것은 지난 4월26일 경북 성주군에 사드 장비를 반입할 당시다.

경찰은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반대 집회를 진행하던 공동행동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자 차벽을 설치했다. 경찰은 20여대의 경찰 버스로 광화문 광장을 U자 형태로 감싸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길을 막았다.

경찰 측은 "광화문 광장이 집회·시위가 가능하지만 대통령 경호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의 경우는 제한할 수 있다"며 "광화문 광장이 이동 경로에 속하기 때문에 경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으며 (오늘) 설정 됐다"고 설명했다.

공동행동 측은 차벽 설치 이후에도 항의를 이어갔다. 집회 도중 평택에서 출발한 트럼프가 광화문 광장을 경유해 가자 피켓을 흔들며 야유를 보내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공동행동 측은 이날 집회에 약 1000명(경찰추산 500명) 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청와대 인근 뿐 아니라 광화문에서도 진보 단체들의 반대 집회들도 이어졌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이날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삼보일배 평화기도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남북대화 재개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해소하고 사드를 철거시킬 것을 촉구한다"며 "사대에 대한 예의보다 우리의 주권이 더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 KT사옥 앞에서도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한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가 북한을 언급하며 외교적 결례를 보였다"며 "트럼프가 전쟁을 부추겨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보수단체들은 "한미동행 강화를 강조하며 환영집회를 열었다.

대한애국당이 주축이 된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서명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제24차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념 한미 동맹 강화 및 박근혜 대통령 정치투쟁 지지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2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단체(아래쪽) 회원들과 반대하는 진보단체(위쪽)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2017.11.07. stoweon@newsis.com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한미 동행 강화하라', '한미동행 파괴하는 문재인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주최 측은 집회에 3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임덕기 전 건국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지금 광화문 광장은 인민공화국 광장이다. 미국 대통령을 문재인이 환영하는 것이냐 반대하는 것이냐.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책을 안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이 나라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규택 전 친박연대 대표도 "우리는 한미동행을 강화하자는 표시로 이 자리에 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게 해달라고 인터뷰한 글이 백악관에 전달됐다고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이날 파이낸스 빌딩 앞에 6×9m 크기의 대형 태극기와 5×8m 크기의 대형 성조기를 펼치고 음향 차량을 통해 웅장한 분위기의 행진곡을 틀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대형 성조기를 볼 수 있도록 보도를 자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10분께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탄 차량이 세종로를 지나자 참가자들은 "USA"를 거듭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했다.

곳곳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자유통일을 이루어라',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영원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국민행동본부·태극기행동본부 등 단체의 회원들은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하나씩 쥔 채 삼삼오오 모였다. '한미연합 해체반대'라고 적힌 빨간 조끼를 입은 십여 명은 북을 치며 원을 그렸다. 'LOVE USA'라고 쓰인 대자보를 몸에 두른 참가자도 있었다.

70대 김모씨는 "지금 우리나라가 너무 큰 안보 위기에 놓여있다"며 "나라가 공산주의화 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둘러싸고 찬반 분위기가 고조됐다는 점을 의식한 듯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집회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왜 내 얼굴을 찍느냐", "고소하겠다"며 항의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경찰은 이날 195개 중대 약 1만5600명의 병력과 6300여명의 경호인력을 동원해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또 '갑호비상' 비상근무를 실기했다. '갑호비상'에는 경찰관 연가 사용이 중지되고 가용경력은 100% 동원된다. 지휘관·참모(지구대, 파출소장 포함)는 사무실 또는 상황과 관련된 현장에서 정착근무 태세도 유지해야 한다.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원활한 경호를 위해 행사장과 숙소, 행환차로 등 일부 지역이 경호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교통을 통제하고 집회시위도 일부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ashley85@newsw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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