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아베는 트럼프 조수, 전략적 노예상태"

박석원 입력 2017. 11. 7. 18:02 수정 2017. 11. 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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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대북 압박” 동조하며

대대적인 환대 자랑했지만

트럼프는 불쑥 “무역 불공정”

발표문 서로 다르고 日 저자세

中 언론 “일본이 일방적 짝사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중앙 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밤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담소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일본의 요란한 ‘오모테나시’(극진한 손님 대접)가 후유증을 낳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트럼프의 대북 압박강화에 적극 동조하면서 대대적인 환대를 자랑했지만, 당장 통상압박 가시화에 대한 안팎의 비판에 몰리고 있다. 국내 정치권 일각은 물론 “아베는 트럼프의 충실한 조수역할, 전략적 노예상태”(워싱턴포스트)라는 해외언론의 가혹한 반응까지 쏟아졌다.

2박 3일간의 트럼프 방일 일정이 끝난 7일 일본에선 안보문제를 둘러싼 예상된 성과보다 향후 닥칠 미국의 통상압박 우려가 더 회자되는 분위기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무역 불공정성을 언급한 데 대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후 기자들에게 “무역적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정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 대외무역적자의 약 9% 정도만 관련 있다. 1980년대 53%였던 것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미국이 일본에 FTA 협상 개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작정하고 거절한 것이다. 일본이 총력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꾸렸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청구서’뿐이라는 사실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지는 분위기이다.

정상회담 후 양국 정부가 공개한 발표문에 쓰인 표현이 동일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미국측 발표문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에 대한 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기록됐지만, 일본이 배포한 합의자료엔 “시정이 실현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적혔다. 트럼프의 의지가 능동적으로 표현된 미국 발표문과 달리, 일본측은 수동형으로 적어 표현 강도가 약해진 게 눈에 띈다.

양측 발표문 모두 미군 후텐마(普天間)비행장의 헤노코(邊野古) 이전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일본측 발표문엔 총리가 미군에 의한 사건ㆍ사고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했다고 적힌 반면, 미국측 발표문엔 이 내용이 빠져있다.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북한 납치자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일본국민의 뼈아픈 심정을 공감받았다”고 정상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했지만 야당 분위기는 반대였다. 희망의당은 “향후 대미경제협상이 우려된다. 미국에 안이하게 타협해선 안 된다”고 아베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비판했다. 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미국산 무기수출 확대에 아베 총리가 이해를 표한 것을 두고 “이상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군사대결의 악순환과 긴장만 고조시킨다”고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총리가 동등한 국가 정상으로 예우받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WP는 트럼프가 기자회견 중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중 하나를 이룩했다”며 원고를 읽다가 고개를 들고 “우리 경제만큼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은가(okay)”라고 말해 좌중을 얼어붙게 했다고 전했다. ‘okay’라는 말을 마치 부모가 아이를 다루듯 길게 끌어 발음해 통역으로 듣던 아베 총리는 겉으론 웃음을 보였으나 반신반의하는 듯한 표정을 노출시켰다고 묘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아베 총리는 북한 핵을 이유로 정권 연장을 위해 미국의 무기를 대거 구매하면서도 허리를 숙인 채 숨도 제대로 못 쉬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앞에서 불공정한 무역을 언급했다”며 “일본이 일방적 짝사랑을 보내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한편 AP 통신은 7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과 관련 ‘트럼프와 김정은, 가깝지만 먼’이라는 기사를 통해 ‘말의 전쟁’을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날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서울 청와대에서 평양 김일성 광장까지는 200㎞로 워싱턴의 백악관과 뉴욕 트럼프 타워(330㎞)보다 가깝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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