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서울도심 찬반집회

이유진·유설희·심윤지 기자 입력 2017. 11. 7. 16:51 수정 2017. 11. 7. 18: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한국을 국빈방문중인 미국 트럼트 대통령 일행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 세종대로를 지나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 곳곳에서 환영·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서울에 최고 비상령인 갑호 비상을 내렸고, 군은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해 전방위 경계태세를 갖췄다.

트럼프 방한에 반대하는 260여개 단체들의 모임인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7일 오전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무기를 강매하고 통상압력을 가하고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트럼프 방한에 반대한다”며 “내일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압력과 대북제재 강도 높이는 내용으로 연설하는 것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당초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미 대통령 반대 트럼프를 잡아라 행동전’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호구역으로 설정된 광화문광장의 남측 세월호 천막 앞 횡단보도 인근에서 진입을 통제당한 뒤 약 2시간가량 경찰과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참가자 일부가 광장을 둘러싼 펜스를 넘으려 시도하면서 광화문광장 남측 횡단보도 인근에는 총 25대의 경찰버스로 이뤄진 차벽이 등장하기도 했다.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3시10분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광화문 광장을 지나 청와대로 이동하자 야유를 보냈다. 공동행동은 오후 3시30분쯤 청와대 인근인 서울 팔판동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 규탄 집회를 열고, 오후 7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촛불집회를 열었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유설희 기자

‘방미 트럼프 탄핵 청년원정단(방탄청년단)’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도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주한미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북한을 파괴하고 한반도 전쟁을 감행하는 막말을 쏟아낸 장본인”이라며 “그가 떠나면 전쟁대결 분위기는 높아질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용산미군기지온전한반환을위한대책위원회 등도 이날 오후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기지 부지가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데 대해 사과하고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문규현 천주교 신부와 강해윤 원불교 교무, 조헌정 개신교 목사는 이날 오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철회 등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와대 사랑채로 향하는 삼보일배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지에 나서면서 이들의 행진은 약 300m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친박(친박근혜) 단체와 보수 성향 개신교단체가 주축이 된 친미단체들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와 기도회를 열었다. 대한애국당은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빈방한 환영 태극기 집회’를 열고 “우방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억울하게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친박단체들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과 ‘태극기 혁명 국민운동본부’는 같은 시간 각각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트럼프 환영 집회를 열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을 환영하는 시민들이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심윤지 기자

한국자유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북한의 핵도발로 수세 국면에 놓인 한반도의 안보를 일거에 역전할 ‘신의 한 수’”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등 전임자들이 비무장지대(DMZ) 초소를 시찰했던 결기를 한 번 더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첫 방문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미육군 캠프 험프리스(K-6) 기지 정문 앞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으나 충돌은 없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사드 반대·탄저균 추방 평택시민행동 소속 회원 20여명은 K-6 정문 앞에서 ‘전쟁과 트럼프를 반대한다(NO WAR, NO TRUMP)’, ‘트럼프 물러가’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오전 10시쯤 평택미군기지 상인회·평택 애향회 소속 회원 200여명은 반미 단체의 시위장소 맞은편에서 ‘우리는 트럼프를 사랑한다’, ‘한국과 미국은 혈맹이다’ 등 손팻말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기지 방문을 환영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12개 중대 10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에 최고 비상령인 갑호 비상을 내리고, 195개 중대, 1만5000여명의 가용 경력을 총동원해서 불상사에 대비했다. 경찰은 또한 경찰버스를 이용해 광화문 광장을 남쪽 위주로 절반 이상 둘러싸 차벽을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 대통령 관련 집회로 연행된 인원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즈음한 북한의 기습 도발 가능성에 대비했다. 한·미 군은 지상과 공중, 해상에서 전방위 경계태세를 갖췄다. 공군은 유사시를 대비해 F-15K와 KF-16 전투기 등이 초계비행에 나섰고, 항공통제기 ‘피스아이’도 한반도 전역을 감시했다. 주한미군의 U-2S 고공 전략정찰기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인 ‘그린파인’을 비롯해 주한미군 성주기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레이더도 가동됐다. 해상에서는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SPY-1D)를 갖춘 이지스 구축함이 출동해 대북 감시를 강화했다.

로널드 레이건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니미츠호 등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3척도 한반도를 포함한 미 해군 7함대 작전구역에 들어와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

<이유진·유설희·심윤지 기자 yjle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