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부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경향신문] 사회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이 부상할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세상일까. 이에 대해 고민하는 아티스트들은 어떤 해법을 찾고 있을까.
중견 작가 오원배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우려한다. 서울 수송동 OCI 미술관에 들어서면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기계화하고 집단화된 인간, 혹은 로봇이 움직이는 삭막한 공간이다. 인간 소외와 실존,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작가가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기능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사회가 어떻게 인간을 도구화하는지, 과학과 기계문명의 발달이 어디로 치닫게 되는지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 잉여 노동력은 어떻게 될까. 그의 작품속에 묘사된 인간들이 보여주는 답은 ‘기계보다 더 기계화된 모습을 보이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층고가 높고 밝은 전시장 내부는 그림의 전반적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어쩐지 스산하고 서글프다. SF 영화에서 봄직한 미래 감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2층으로 이어진 전시공간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잿빛 세상을 연상케 한다. 5년만에 개인전을 열고 있는 오 작가는 “인공 지능이 그린 그림이 옥션에서 팔리고, 쓴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할만큼 상상속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인간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가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로서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23일까지.
아트센터 나비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서 찾아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네오토피아’다. ‘네오토피아 : 데이터와 휴머니티’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회는 인간다운 삶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사람들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도구는 ‘데이터’다. 세계 빅데이터의 90% 이상이 인공지능 분야가 급진적으로 도약했던 지난 2년 사이에 만들어졌고, 이 데이터는 대부분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된다. 전시를 기획한 노소영 관장은 “지금은 거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독점해 돈을 버는 데이터 식민지, 데이터 제국주의 시대”라면서 “인공지능의 핵심인 데이터가 우리 삶을 발전시키는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회에는 일본의 1세대 미디어 아트 작가 마사키 후지하타를 비롯해 13개국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 작품 35점이 선보인다. 서울 서린동 아트센터 나비 전시장 입구에는 깜찍한 외모와 귀여운 목소리의 고양이가 스크린에서 관람객들을 맞는다. 터키 작가 피나르 욜다스의 3D 애니메이션 ‘키티 AI : 정부를 위한 인공지능’이다. 이 고양이는 작가가 상상한 미래정부의 통치자다. “필요한 시간, 장소에 언제든지 당신 곁에 있겠다”고 속삭이는 이 통치자의 ‘철학’이 꽤 흥미롭다. 전시는 내년 1월31일까지.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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