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밭에 빌딩숲 천지개벽 .. 주말엔 사람 없는 '텅 빈 도시'

김호 2017. 11. 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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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전파연 등 15개 기관 이전
인구 2만 넘고 대부분 65세 미만
이주자 65% 가족 없이 기러기 생활
혁신도시 상가 공실률도 60% 넘어

━ 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①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첫삽을 뜬 10개 혁신도시가 올해로 10주년이다. 수도권 공기업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해당 지역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가 일어났다. 허허벌판에 고층 빌딩이 치솟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지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국토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추진한 혁신도시의 명암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지난 1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전망대.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인 전망대에 도착해 오르자 호수를 중심으로 들어선 공공기관 건물과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의 모습이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는
빛가람혁신도시는 736만㎡ 규모로 2007년 착공해 2014년 준공했다. 빛가람혁신도시의 모습은 과거와 비교해 몰라보게 바뀌었다. 고향이 나주인 박선미(58·광주광역시)씨는 “예전엔 배밭과 논으로 가득했는데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옛 모습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며 “천지개벽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빛가람혁신도시에는 목표했던 16개 기관 중 15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입주를 마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전력거래소·국립전파연구원 등이다. 마지막으로 이전을 계획 중인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기관의 청사 주변으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단지(총 1만5286세대)와 주거지역이 조성됐다. 땅값도 치솟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빛가람동의 지가 상승률은 3.34%로 광주(1.24%), 전남(1.14%)은 물론 전국 평균(1.25%)을 웃돌았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인구도 늘었다. 나주시에 따르면 빛가람동에는 10월 말 기준 주민등록상 1만1162세대, 2만7789명이 살고 있다. 빛가람혁신도시가 조성된 직후인 2014년 12월 3895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빛가람동 인구 중 1000여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65세 미만의 젊은 주민들이다. 빛가람혁신도시 조성에 따라 나주의 전체 인구도 2007년 9만6670명에서 현재 10만9588명으로 증가했다.
광주·전남혁신도시 전경. 가운데 한전 사옥을 비롯해 15개 공공기관 청사와 아파트·상가 등이 호수공원 주변으로 조성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빛가람혁신도시가 들어서며 실제 지방세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나주에서는 1957억4300여만원의 지방세가 걷혔다. 혁신도시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기 이전인 2012년은 746억9200만원에 불과했다. 나주시청 김재봉 세무과장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지자체에 들어오는 세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빛가람혁신도시 조성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지난 1일 이곳의 상가 곳곳은 빈 상태였다. 빈 상가의 유리문에는 ‘매매’ ‘임대’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었다. 빛가람혁신도시 부동산 업계는 상가 공실률을 60~70%로 파악했다.

빛가람혁신도시 내 상점은 영업난에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기 투자비용에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반면 나주 원도심의 일부 상인들은 빛가람혁신도시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높은 공실률 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낮은 가족 동반 이주율이 꼽힌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빛가람혁신도시 이주 직원 6329명 중 가족 동반 이주자는 2238명으로 35.36%에 그치고 있다. 독신이나 미혼자는 1372명(21.67%)이다. 한채환 공인중개사는 “홀로 이주해온 공공기관 직원들도 수도권의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주말이면 혁신도시는 그야말로 텅 빈 느낌이다”고 말했다.

나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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