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밭에 빌딩숲 천지개벽 .. 주말엔 사람 없는 '텅 빈 도시'
인구 2만 넘고 대부분 65세 미만
이주자 65% 가족 없이 기러기 생활
혁신도시 상가 공실률도 60% 넘어
━ 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①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첫삽을 뜬 10개 혁신도시가 올해로 10주년이다. 수도권 공기업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해당 지역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가 일어났다. 허허벌판에 고층 빌딩이 치솟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지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국토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추진한 혁신도시의 명암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지난 1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전망대.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인 전망대에 도착해 오르자 호수를 중심으로 들어선 공공기관 건물과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의 모습이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빛가람혁신도시에는 목표했던 16개 기관 중 15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입주를 마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전력거래소·국립전파연구원 등이다. 마지막으로 이전을 계획 중인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기관의 청사 주변으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단지(총 1만5286세대)와 주거지역이 조성됐다. 땅값도 치솟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빛가람동의 지가 상승률은 3.34%로 광주(1.24%), 전남(1.14%)은 물론 전국 평균(1.25%)을 웃돌았다.
빛가람혁신도시 조성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지난 1일 이곳의 상가 곳곳은 빈 상태였다. 빈 상가의 유리문에는 ‘매매’ ‘임대’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었다. 빛가람혁신도시 부동산 업계는 상가 공실률을 60~70%로 파악했다.
빛가람혁신도시 내 상점은 영업난에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기 투자비용에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반면 나주 원도심의 일부 상인들은 빛가람혁신도시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높은 공실률 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낮은 가족 동반 이주율이 꼽힌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빛가람혁신도시 이주 직원 6329명 중 가족 동반 이주자는 2238명으로 35.36%에 그치고 있다. 독신이나 미혼자는 1372명(21.67%)이다. 한채환 공인중개사는 “홀로 이주해온 공공기관 직원들도 수도권의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주말이면 혁신도시는 그야말로 텅 빈 느낌이다”고 말했다.
나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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