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원전 사랑, 중국에서 꿈 이룰까

박현영 입력 2017. 11. 7. 01:00 수정 2017. 11. 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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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은퇴 앞두고 테라파워 세워
폐기물 줄인 원자력 개발 공들여
리커창 총리와 합자회사 설립 합의
2030년 신형 원자로 상용화 목표
오염 줄이려는 중국과 이해 맞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08년 회사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공공에 이익이 되는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인과 함께 세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으로 전업하면서 세계 빈곤 퇴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과학 기술의 발전, 미국 교육의 질 향상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애정을 쏟고 있는 주제는 원자력 기술 연구 개발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그간 쌓은 부(富)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 방지, 그리고 화석연료 이후의 시대를 여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해왔다. 세계 2위 부자인 그의 자산평가액은 6일 현재 884억 달러(약 98조5000억원)이다. 청정 에너지의 꿈을 펼치기 위해 게이츠는 은퇴 2년 전인 2006년 에너지 관련 벤처기업인 테라파워를 세웠다. 가격이 싸고(affordable), 안전하며, 환경 친화적인 원자력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에 제공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원자력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은 게이츠는 최근 원자력 기술 발전이라는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일 테라파워 회장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미국과 중국 간 차세대 원전기술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테라파워는 중국 국영 원자력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와 합자회사 ‘글로벌 혁신 원자력 기술’을 설립했다. 두 회사는 지분을 각각 절반씩 보유하며 지적재산권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진행파 원자로(Travelling Wave Reactor·TWR)’ 기술 개발을 마무리 하고, 이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테라파워에 따르면 TWR은 농축 우라늄의 부산물이며 폐기물로 취급되는 감손(減損)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연료를 교체하지 않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원자로보다는 안전성이 개선되고, 폐기물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리 총리는 합자회사 설립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첨단 기술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력한 것은 새로운 움직임”이라며 “미국은 현재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잠재력을 가져 협력을 통해 호혜 상생을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풍부한 인적 자원과 외국의 선진 기술을 접목하고 인터넷 플랫폼을 잘 활용해 인류에 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츠 회장은 “에너지 공급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차세대 원전은 인류 미래의 에너지 기술 발전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관련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개방적인 자세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라파워와 중국의 협력은 수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12월 CNNC 쑨친 회장이 베이징의 한 포럼에서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와 새 원자로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두 회사의 협력관계가 공개됐다.

당시 두 회사는 이미 2년 이상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CNNC 홈페이지에서 게이츠 회장 등 테라파워 관계자들이 2009년 이후 여러 차례 CNNC와 산하 원자력과학연구원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게이츠가 중국 정부와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을 위해 손잡은 것은 중국이 신기술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게이츠는 지난해 3월 미국 경제매체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협력의 이유로 “세계 신규 원자력 발전소의 절반이 중국에 지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신기술이 제공하는 비용과 환경 측면의 혜택을 잘 이해하고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청정 에너지원을 개발해 환경 오염을 줄이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리처드 마틴 에디터는 “중국은 탄소 배출 제로(0)인 에너지 발전 수요가 가장 큰 곳이어서 신기술 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지난해 4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계획대로 2024년까지 중국에 테라파워의 신기술 원자로를 적용한 파일럿(초기 실험용) 발전소를 짓게 된다면, 2030년대에는 가격과 안전성, 폐기물 처리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디자인의 원자력 발전소를 상용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

테라파워
● 창업 : 2006년 빌 게이츠가 설립 ● 본사 : 미국 워싱턴주 벨뷰 ● 창업 목적 : 싸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원자력 기술 연구 및 개발 ● 주요 사업 :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 및 시스템 구축 ● 회사 형태 : 비공개 회사 ● 주요 주주 : 빌 게이츠 회장,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코슬라 벤처스, 찰스 리버 벤처스 등」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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