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폭행·몰카 논란에 '욕설'까지..한샘 조직문화 개선될까

이승환 기자 2017. 11.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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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대기업급 컸지만 조직문화는 과거 수준" 내부지적 많아
이번 계기로 조직 개선 목소리 높아져
종합가구업체 한샘의 신입 여직원이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폭행과 몰래카메라 촬영 피해 등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4시30분쯤 한샘 본사에서 만나 성추행 파문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에서 전화로 (보고를) 받았고 제가 다 책임을 지고 해결하겠다"며 말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샘 사옥. 2017.1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신입 직원 성폭행·몰래카메라(몰카) 촬영' 논란에 휩싸인 인테리어 기업 한샘이 내부에서 '낡았다'고 평가돼 온 조직 문화를 개선할지 주목된다. 성폭행 논란이 한창인데도 한샘 남성 직원이 분을 참지 못해 층 전체가 다 들릴 정도로 욕설을 내뱉은 것도 확인됐다.

최근 논란이 특정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불거졌다기보다 이러한 과거 방식의 조직 문화에서 '곪았던 문제가 터졌다'는 목소리가 한샘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6일 다수의 한샘 직원 말을 종합하면 방배동에 있는 본사 고객상담실에서 '욕설'이 심심치 않게 들려 주변을 지나던 직원이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상담실 남성 직원 A씨가 아랫사람을 꾸짖거나 분을 참지 못할 때 언성을 높이고 때론 욕설을 뱉는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에도 A씨는 상담실 바로 옆 기자실에 있던 취재진이 또렷하게 들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아~씨x'라고 외쳤다. 10명 정도의 상담실 직원 중 여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샘을 출입하는 일부 기자가 이미 A씨 욕설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어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던 사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 관계자는 "고객상담실 직원들은 사실상 3D 직종이라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면서도 "고성과 욕설 문제는 해결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성폭행 논란도 내부 조직 문화와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많다. 이 회사 여직원 A 씨는 최근 포털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난 1월 교육 담당 직원이 회식 후 나를 모텔로 불러내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영식 한샘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직원의 2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한샘이 대리점 사원을 평가해 유격훈련 등 '갑질'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샘 직원들이 대기업을 모회사로 둔 가구 업체로 자주 이직해 경영인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한샘에 입사한 한 직원은 "회사 하드웨어(외형)는 대기업급인데 소프트웨어(조직 문화)는 과거 방식을 고수해 저연차 직원 사이에서 불만이 많다"며 "그간 여직원을 위한 내부 소통 창구가 없어 성폭행 논란 같은 대형 사건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가 외형 성장에 중점을 둔 나머지 근무 요건 등 내부 체질 개선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샘의 작년 매출은 1조9345억원으로 3년 사이 약 92% 증가했다. 사업 다각화에 성공해 과거 비주력 사업이었던 욕실 제품 분야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작년 욕실 제품 사업 매출은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성폭행 논란으로 이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위기가 찾아왔다. 한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에는 ‘한샘 불매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한샘 교육담당자 성폭행 사건 올바른 조사와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안 글이 올라오자, 이날 오전 현재 1만1000명 이상이 청원에 서명했다. 올해 말 상암동 신사옥으로의 본사 이전을 앞두고 한샘 내부에선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최고 경영진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조직 문화와 근무 요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적잖게 나온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지난 4일 밤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철저히 보호 받으며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확실히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0대 한샘 직원은 "지금 한샘이 마주한 시련은 언젠가 한 번은 겪고 극복해야 할 문제"라며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의 명성과 인지도에 걸맞은 문화가 장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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