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일 만에 벨트 되찾은 '이변의 아이콘'

양형석 2017. 11. 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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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17] 딜라쇼, 밴텀급 타이틀전서 가브란트 꺾고 2번째 타이틀 획득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UFC 전 밴텀급 챔피언 딜라쇼가 658일 만에 벨트를 탈환했다.

UFC 밴텀급 랭킹2위 T.J. 딜라쇼는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217 대회 코메인이벤트 코디 가브란트와의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2라운드 2분41초 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승리했다. 이로써 딜라쇼는 작년 1월 도미닉 크루즈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후 1년 10개월 만에 챔피언 벨트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미들급과 밴텀급, 여성 스트로급까지 무려 세 체급의 타이틀전이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모두 도전자가 챔피언을 꺾고 타이틀을 가져 오는 이변이 연출됐다. 메인이벤트로 진행된 미들급 타이틀전에서는 조르주 생 피에르가 마이클 비스핑을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제압했고 여성 스트로급 타이틀전에서는 로즈 나마유나스가 극강의 챔피언으로 불리던 요안나 옌드레이칙을 1라운드 KO로 눕히고 새 챔피언에 등극했다.

'경량급 표도르' 바라오의 32연승을 마감시킨 대이변의 주인공
 딜라쇼는 지난 2014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바라오의 32연승 행진을 마감시켰다.
ⓒ UFC.com
2010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딜라쇼는 이듬 해 UFC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 TUF의 14번째 시즌을 통해 UFC에 진출했다. 비스핑팀에 2라운드로 지명된 딜라쇼는 밴텀급 토너먼트에서 결승까지 올라가며 선전했지만 결승에서 존 닷슨에게 1라운드로 무너지고 말았다. 밴텀급 토너먼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만 해도 딜라쇼는 크게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닷슨이 신설된 플라이급으로 전장을 옮긴 것과는 달리 딜라쇼는 크지 않은 체구(169cm)에도 불구하고 밴텀급에 잔류했다. 플라이급에서 체격의 우위를 살리는 것보다는 밴텀급에서 스피드의 우위를 살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딜라쇼의 판단은 적중했다. 딜라쇼는 UFC와 정식 계약을 한 후 6경기에서 5승1패의 상승세를 타며 타이틀 도전권을 얻었다.

당시 밴텀급 챔피언은 '경량급 표도르'로 불리던 브라질의 헤난 바라오.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패한 후 무려 32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던 바라오는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의 장기 부상으로 인한 벨트 반납으로 챔피언에 오른 후 1차 방어전에서 유라이아 페이버를 1라운드 KO로 가볍게 제압했다. 하지만 딜라쇼는 바라오를 5라운드 KO로 꺾고 바라오의 연승 행진을 마감시키며 새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이변이었다.

1차 방어전에서 무명의 조 소토에게 의외로 고전하다가 5라운드 KO로 간신히 승리한 딜라쇼는 2015년7월 바라오와 재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감량 과정부터 고전한 바라오는 딜라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딜라쇼는 경기 초반 바라오의 공세를 견뎌낸 후 3라운드부터 체력이 떨어진 바라오를 집중 공략해 4라운드 KO로 또 한 번 바라오를 좌절시켰다(딜라쇼에게 두 차례 패한 후 페더급으로 체급을 옮긴 바라오는 현재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UFC 밴텀급에 '딜라쇼 독재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딜라쇼는 작년 1월 3차 방어전에서 전 챔피언 크루즈에게 5라운드 1-2 판정으로 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기고 말았다. 사실 누가 승자로 결정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접전이었지만 심판들은 4년 3개월 만에 타이틀전을 치른 전챔피언의 손을 들어 줬다.

열세 딛고 가브란트 제압, 이제 타깃은 플라이급 챔프 존슨에게로
 밴텀급 타이틀을 되찾은 딜라쇼는 이제 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 UFC.com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딜라쇼는 좌절하지 않았다. 딜라쇼는 UFC200에서 하파엘 아순사오를 판정으로 꺾으며 3년 만에 리벤지에 성공했고 가브란트가 크루즈를 꺾고 새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했던 UFC 207에서는 존 리네커를 판정으로 제압했다. 비록 벨트는 빼앗겼지만 여전히 밴텀급 최정상급 선수임을 증명한 딜라쇼는 다시 타이틀 도전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당초 UFC 213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브란트와 딜라쇼의 타이틀전은 가브란트의 부상으로 한 차례 연기됐고 딜라쇼의 플라이급 타이틀 도전 가능성이 열리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역대 최다 방어전 기록 수립을 눈 앞에 두고 있던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윗체급에서 내려오는 딜라쇼보다는 이미 예정돼 있던 레이 보그와의 타이틀전을 기다리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딜라쇼와 가브란트의 밴텀급 타이틀전이 UFC 217의 코메인이벤트로 잡히며 다시 성사됐다. 복서 출신의 챔피언 가브란트는 빠른 스텝을 자랑하는 크루즈를 5라운드 내내 타격으로 압도했을 정도로 변칙적이면서도 뛰어난 타격스킬을 자랑하는 선수다. 통산 11승 가운데 KO가 무려 9차례에 달할 정도로 경량급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피니쉬율(81.8%)을 자랑한다. 현지 도박사들도 약 63%의 확률로 챔피언 가브란트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젊은 챔피언의 현란한 타격은 노련한 도전자 딜라쇼에게 먹히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가브란트의 압박을 슬기롭게 견딘 딜라쇼는 2라운드 초반 왼발 하이킥을 적중시키며 기선을 잡았다. 리듬을 찾은 딜라쇼는 2라운드 중반 펀치로 가브란트를 쓰러트린 후 강력한 파운딩으로 경기를 끝내 버렸다. 가브란트는 곧바로 일어나 자신의 건재를 어필했지만 이미 주심의 경기 종료 선언이 나온 후였다. 딜라쇼가 만들어낸 또 한 번의 이변이었다.

딜라쇼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패자 가브란트에게 존중의 뜻을 나타낸 후 곧바로 플라이급 챔피언 존슨을 겨냥했다. 자신과의 타이틀전을 거부했으니 존슨의 11차 방어 기록도 가짜라는 이야기였다. 밴텀급의 치열한 라이벌전이 일단락된 UFC 경량급은 이제 밴텀급의 새 챔피언 딜라쇼와 플라이급을 장기집권하고 있는 존슨의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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