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채용비리 점입가경.."일상화된 비리" 文정부 전면전

2017. 11. 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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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칼 빼들자 1천여곳 전수조사 착수..40곳은 이미 조사대상
연봉·안정성 높아 구직자들 선호.."채용비리는 꿈을 빼앗는 행위"
CEO 교체 맞물려 미묘한 파장.."朴정권 인사 물갈이 아니냐" 시각도

(서울·세종=연합뉴스) 정책·금융팀 =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금융기관 채용비리가 점입가경이다.

캐면 캘수록 예상을 뛰어넘는 '적폐'가 발견되자 문재인 정부는 채용비리와 전면전을 선포하는 동시에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 등이 전격 나서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을 상대로 조사 또는 수사를 진행중이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채용비리 의혹이 발생했거나,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기관은 약 40곳에 육박한다.

우선 한국전력공사·석유공사·석탄공사·지역난방공사·서부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채용비리가 대거 감사원에 적발됐다.

유력 정치인이 연루된 강원랜드를 비롯해 토지주택공사·도로공사·디자인진흥원·부산항만공사·해양환경관리공단의 채용비리도 드러났다.

에너지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은 국정감사에서 광물자원공사·한국수력원자력·중부발전·남부발전·한전KDN·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가스안전공사로 확산했다.

신의 직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마사회를 비롯해 원자력문화재단·전략물자관리원·로봇산업진흥원의 채용비리 의혹도 국감에서 제기됐다.

이들 23개 공공기관은 물론, 금융권에서도 채용비리의 백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장 준(準)정부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잇따른 채용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현 정부 들어 채용비리로 처음 구속되는 기록을 남겼다.

국가정보원, 금감원 등 권력기관이나 '큰손 고객'의 자녀를 특혜 채용한 의혹도 우리은행에서 불거졌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14개 은행을 상대로 채용비리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감사와 국감에서 드러난 23개 공공기관,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14개 은행 등 40개에 육박하는 기관이 채용비리로 조사받는 셈이다.

과연 겉으로 드러난 이들 기관만 문제가 있겠느냐는 게 국민적 시각이다. 이를 잘 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을 전수 조사한다.

1천100여 개 중앙·지방 공공기관이 조사대상이다. 지난 1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가 출범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청 등에 신고센터도 마련됐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반칙 없는 사회'와 맥이 닿았다.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에도 적지 않을 병폐를 이 기회에 뿌리 뽑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연설에서 "공공기관이 기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채용비리 관행을 반드시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에도 채용비리를 두고 "어쩌다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고 개탄했다.

특히 채용비리 대상으로 지목된 공공기관들은 급여나 복리후생이 다른 기관에 견줘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비리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채용비리가 불거진 23개 공공기관의 임직원(기관장 포함) 평균 연봉은 7천403만 원으로 파악됐다. 전체 공공기관 평균보다 11.6% 많다.

마사회 평균 연봉이 9천503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부발전(9천85만 원), 중부발전(8천979만 원), 한수원(8천970만 원), 남부발전(8천872만 원) 순이다.

지역 사회의 입김이 센 기관은 청탁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강원랜드의 경우 특정 연도 공채에선 '모든 채용자가 청탁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통령이 칼을 빼 든 데다 모든 정부부처가 팔을 걷어붙여 채용비리 조사는 '판'이 커졌다. 특성상 구체적인 제보가 얼마나 들어오는지가 관건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채용 관련 기록이 폐기된 경우가 많고, 서류상으로 단서를 잡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내부 제보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채용비리 조사를 순수한 조사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으냐는 식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검찰 수사는커녕 자체 감찰조차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면담하고 나서다.

'박근혜 정부 사람 솎아내기' 관측이 나돌던 금융권은 벌집 쑤신 지경이 됐다. 이 행장은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 모임(서금회) 멤버다.

이 행장의 사의 표명과 함께 여러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의 이름이 '다음 순서'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를 본격화했다.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이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곤 했다. 채용비리 조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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