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이 '복수'라는 안철수 대표

정제혁 기자 2017. 11. 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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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을 방문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55)가 “복수하려고 정권을 잡느냐”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맹비난했다.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의 비리가 연일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수사선상에 오르고,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억원을 뇌물로 받은 정황이 포착돼 ‘박근혜 비자금 게이트’로 비화하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안 대표는 지난 3일(현지시간) 주프랑크푸르트 백범훈 총영사와 만찬을 한 자리에서 “정부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지금 서로 전, 전전, 전전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면서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 (정권을 잡나)…”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적 복수’로 규정한 것이다. ‘적폐청산=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자유한국당과 동일한 인식을 보인 셈이다.

안 대표 발언은 “국민의 마음을 풀어드리고, 진정한 적폐청산을 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진실규명,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손금주 수석대변인)는 당 공식 입장과 강조점이 다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적폐의 총본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안 대표가 지난해말 박근혜 국정농단이 불거졌을 때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못하는 국회는 존재 의미가 없다”며 탄핵에 앞장섰던 사실을 감안하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는 지금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 발언은 우클릭 행보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 드러날 경우 한국당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반마저 상실할 공산이 크고,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가 확인될 경우 친이명박계가 다수 포진해 있는 바른정당도 정치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밑둥부터 기반이 허물어진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시도했으나 박지원 전 대표 등 호남 중진들 반발에 밀려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박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촛불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과 국가대개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적폐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전날은 “적폐청산과 정치보복도 구분 못 하는 한국당은 박근혜 출당으로 눈감고 아웅하려 한다”며 “국민과 함께 가야지 정체성이 다른 세력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국당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적폐청산=정치적 복수’로 규정한 안 대표에게 사실상 직격탄을 날리면서 보수정당과의 연대 흐름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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