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화가 말하는 #유리정원 #요리 #인생을즐기는법 [인터뷰]

권남영 기자 2017. 11. 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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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태화. 리틀빅픽처스 제공


배우 서태화(50)가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았다. 신수원 감독의 영화 ‘유리정원’을 통해서다. “음, 특별한 감회는 없습니다. 그냥 하던 거 한 느낌이랄까요(웃음).” 본인은 이토록 덤덤하지만, 그의 작품을 기다려온 이들에게는 자못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태화는 “처음 ‘유리정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설정이어서 의아하기만 했다”며 “하지만 신수원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일단 (승부수를) 던져봤다. 함께 작업해 보니 역시나 남다른 재능을 지닌 감독이더라”고 말했다.

‘유리정원’은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홀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와 그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 영화다. 극 중 서태화는 재연의 지도교수이자 연인인 정교수를 연기했다.

재연이 유일하게 믿고 기댈 수 있었던 정교수는 끝내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그로 인해 재연은 마음을 닫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만다. “어떻게 보면 정교수는 주어진 상황에 가장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한 거거든요. 그런데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웃음).”

영화 '유리정원'의 한 장면. 리틀빅픽처스 제공


나무인간으로 변해버린 후반부 신에서는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마치 잠들어있는 듯한 상황을 연기해야 했다. 그는 “원래는 더미(dummy·인체 모형)를 써도 됐지만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선 내가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무념무상으로 앉아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생각을 없애는 과정에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되게 행복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서태화는 “‘유리정원’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행동한다”면서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시켜서 쫓아가다보면 영화를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길 원하나’ 등 저마다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서태화는 반듯하고 젠틀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왔다. 특히 ‘친구’(감독 곽경택·2001)에서 준석(유오성) 동수(장동건)의 친구 상택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도 영화 ‘재밌는 영화’(2002) ‘싸움’(2007), 드라마 ‘연애시대’(SBS·2006) ‘일리있는 사랑’(tvN·2014) 등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여전히 ‘친구’가 인생작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배우로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 대표작이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라며 “흥행과 별개로 영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에 꽤 많이 참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이 직업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행복한 배우”라고 했다.


“‘친구’로 초대박을 친 뒤 1년간 작품을 안했어요. 연기 변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착각이었어요. 그러다 ‘재밌는 영화’라는 작품을 하게 됐는데, 국내 최초의 패러디 영화였고 흥행 스코어도 나쁘지 않았지만, 제 스스로는 실패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이후 슬럼프가 왔죠.”

서태화는 “그때부터 다시 대학로로 돌아가 연극 무대에 섰다”면서 “배우에게 변신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캐릭터에 따라가는 것이다. 내가 교수 역할을 많이 맡는 편이라고 해서 ‘어떻게 변신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보다 ‘내가 어떤 걸 잘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다.

서태화는 올리브 TV 요리 배틀 예능 ‘키친 파이터’(2012)를 통해 ‘요리하는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에도 여러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남다른 요리 실력을 뽐냈다. 실제로 그는 중식 양식 궁중요리 등 5개의 요리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다.

연기만큼이나 요리를 사랑한다는 그는 “요리를 하는 것이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 음식을 할 때 그야말로 초 집중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설 때도 한층 더 집중력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다른 이점도 많아요. 저는 ‘요리는 배려’라고 생각하거든요. 지인을 초대해 요리를 대접할 때, 메뉴를 결정하는 것부터 재료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기까지 상대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소통할 수 있죠.”

서태화는 종종 청년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나서 “(당신의 인생에) 그물을 펼치라”는 조언을 한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 넓은 바다로 나가 다양한 고기를 맛보고 그 가운데 자신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것을 찾아내라는 얘기. 다시 말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저는 ‘작심삼일’이라고 폄하하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3일이라도 경험해본 게 어디예요. 일단 해보고 싫으면 다른 걸 하면 돼요. 인생을 최대한 넓고 버라이어티하게 살아야 한다는 주의예요. 모든 경험은 소중하거든요. 그 기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결코 헛된 경험은 없다고 생각해요.”

서태화는 스스로 “새로운 걸 두려워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그만의 여유와 자신감은 온화한 표정에 그대로 묻어났다. “배우로서 거창한 포부는 없어요. 이대로만 가도 괜찮게 사는 거 아닌가 싶어요. 다만,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 마음속에 들어온 일은 언제든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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