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 "난 나와 결혼한다"..지구촌에 비혼 확산

2017. 11.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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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김모(35) 씨는 미혼이다. 최근에 직장을 잡은 그는 "결혼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돈 문제 등 처한 상황 때문에 현실적으로 결혼이 힘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는 것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각종 지표에 따르면 '나 홀로 살기'를 선포한 싱글족이 급증하고 있다. 지구촌 '비혼'에 대해 짚어봤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미혼이거나 동거도 하지 않고 있는 이는 42%에 달한다. 10년 전인 2007년에 비해 3%포인트 오른 수치다.

혼자 살기 열풍은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많다. 35세 미만 성인의 경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61%까지 치솟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다른 연령대에서 증가 폭은 크지 않다. 35~54세는 같은 기간 1%포인트 오른 30%였고 65세 이상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 사회에서 결혼율은 줄곧 곤두박질치고 있다. 1960년 당시만 해도 18세 이상 성인의 결혼율은 72%였다. 그러나 매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50%까지 떨어졌다.

결혼을 꺼리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먼저 심각한 취업난이다. 직장인의 경우 혼자 사는 비율은 10년 전보다 소폭 상승한 38%에 그쳤지만 실업자의 경우에는 크게 늘어 2명 중 1명 이상이 미혼 상태로 나타났다.

결혼율은 학력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1990년만 해도 고졸 미만이나 전문대 졸업자, 대학교 졸업자의 결혼율 차이는 6% 내외였다.

그러나 2015년 들어서 대학교 학사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이의 결혼율은 65%, 고졸 미만의 경우는 50% 미만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김천=연합뉴스) 경부고속도로 김천휴게소(서울방향)는 1인 전용 식사테이블인 '혼밥 존'을 설치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휴대전화 거치대와 충전기도 설치돼 있다. 2017.10.29 [김천휴게소 제공=연합뉴스]

이웃 나라인 캐나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8월 캐나다 통계청은 '1인 가구'가 전체 가족 유형 가운데 역대 처음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에서 혼자 사는 이들의 비중은 28.2%로 한부모 가구나 다세대 가구 등에 비해 가장 높았다. 150년 국가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은 비율이다. 1인 가구의 비율이 다세대 가구의 비율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인 가구의 성장은 빠르다. 1951년 7.4%에 불과했지만 매년 꾸준히 올라 30년 뒤에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2001년에는 25%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자신과 결혼한 여성도 등장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라우라 메시는 최근 혼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나의 행복은 남자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흔히 '솔로가미'(sologamy)라 부르는 나홀로 결혼식은 유행 아닌 유행이다. 지난해 독신혼을 올린 미국의 작가 에리카 앤더슨은 미국 온라인 매체 ATTN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얻기 위해 남자에게 기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인 일본 역시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남성은 1970년 1.7%, 여성은 3.33%에 불과했지만 2015년 기준으로 남성은 23.4%, 여성은 14.1%까지 올랐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에 50세가 되는 여성 10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여성 독신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1990년에 0.5%에 불과했던 여성 독신율은 2000년에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가장 최근 집계인 2015년에는 3.8%다. 이런 속도라면 2025년에는 10.5%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처럼 나 홀로 결혼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여성이 독신인 비율은 43%로 남성보다 3%포인트 높다. 한 연구진은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여성이 늘면서 결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결혼에 대한 의무감도 사라지고 있다.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이는 매년 줄고 있다. 남성의 경우 2010년 70.5%였지만 지난해는 56.3%까지 내려갔다.

여성은 더 감소 폭이 크다. 2010년 59.1%에서 지난해는 집계 후 처음으로 절반 미만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답한 이는 증가했다. 남성은 2010년 25.7%에서 2016년 38.9%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은 35.6%에서 46.7%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직장인 8년 차 배 모(32·여) 씨는 "지난해까지도 결혼은 염두에 둔 적도 없었고, 최근에서야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 씨는 "주변 또래 대부분이 '결혼을 굳이 해야 하느냐'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여기는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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