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亞순방 동행취재기①] 같은 7000달러 내고 美기자는 비즈니스석, 韓기자는 이코노미석 화장실 옆자리인 이유

워싱턴·도쿄/조의준 특파원 2017. 11. 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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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동행 기자단을 태운 백악관 전세기. /조의준 특파원

3일(현지시각) 오후 4시45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한 백악관 전세기는 5일 오전 5시에 일본 도쿄 외곽 요코다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무려 24시간이 걸린 비행. 기상악화로 알래스카 앵커리지와 시애틀을 2번이나 왔다갔다 하며 겨우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도쿄에 도착하기 불과 5시간 전이다.

기자단을 태운 백악관 전세기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의 축소판이다. 미국에서 도쿄까지 편도 7000달러의 어마어마한 항공료를 내야 좌석 하나를 배정받는다. 똑 같은 돈을 내도 같은 좌석을 주는 게 아니다. CBS, CNN,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비즈니스 좌석에 앉는다. 그리고 본지와 중국과 독일 등은 그 뒤 이코노미석이 주로 배정된다. 모두가 군말없이 앉는다. 미국이, 백악관이 만든 질서다.

이코노미석에도 세계의 질서가 적용 된다. 기자의 좌석은 외국기자단의 맨 마지막 자리였다. 중국 기자가 맨 앞, 독일 기자, 그리고 본지의 순서다. 게다가 기자의 자리는 하필이면 화장실 옆 이코노미석이다. 우리가 G20라고? 운전자라고? G2(중국)도 유럽의 맹주(독일)도 이코노미석이다. 편도 약 7000달러(770만원) 화장실 옆 이코노미 좌석에선 화장실 방향제 냄새를 원없이 맡았고,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덕에 제대로 잠들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 비행기마저 안타면? 그나마 미국을 가까이할 기회마저 없을 것이다.

워싱턴에서 도쿄까지 7000달러인 요금은 ‘도쿄-서울’ ‘서울-베이징’도 각각 똑같이 7000달러다. 돈을 내고 탈 사람만 타란 얘기다. 이번 순방의 총 구간의 비행기값만 4만9000달러다. 이런 요금을 미국 주요 언론과 방송사들은 6~7명씩 기자들을 실었다. 한 회사당 비행기값만 약 3억씩 든 셈이다.

NBC와 CNN 등 미국 기자들에게는 회사에서 만든 두툼한 순방 자료집이 주어졌다. 한 기자는 “원래 자료집을 만드는데 이번에 많이 두껍다”고 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이번엔 뉴스성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영화전문채널인) HBO에도 공급된다”고 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목표는 야심차지만 결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 /조의준 특파원

순방 전 백악관 브리핑장에 들어가 기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북핵 문제와 한국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세계 유력 통신사 기자 2명이 “일본에 갔다가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중국으로 간다”고 했다. 일본의 국장급 한 기자도 일본에서 바로 중국으로 간다고 했다. 뉴스를 따라 움직이는 기자들만큼 냉정한 집단은 없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지만, 이번 순방에서 한국은 주역이 아니다.

백악관의 설명을 들어보면 일정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본에서 48시간, 중국에서 45시간, 한국에서 약 25시간 머물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하루종일 아베 신조 총리와 골프를 치고, 중국에선 8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자금성을 거닐며 차를 마신다. 둘다 한나절이 넘는 독대 시간을 가진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이번 일본·한국·중국·베트남·필리핀 순방에서 한국·중국·베트남이 모두 국빈 방문이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왕을 만나는 행사를 통해 사실상 국빈에 준하는 방문으로 격을 높였다. 왜 이들이 사력을 다해 트럼프를 ‘황제급’으로 모시려하는지 냉정하고 또 냉정하게 곱씹어야 한다.

4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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