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중국에 약속한 '3NO', 정부가 지킬 수 있을까

박수찬 2017. 11. 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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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NO 원칙. 지난달 31일 우리나라와 중국이 동시에 발표한 합의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복원하기로 하면서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일종의 입장 표명이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 부지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왼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정부의 3NO는 지켜질 수 있을까. 1년 4개월만에 사드로 인한 양국 관계의 냉각을 해소하고 우리 기업들이 겪었던 사드 보복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3NO는 지켜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한미 동맹은 너무나 깊고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정권의 정치적 변화에 관계없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군 관계자의 말처럼 정부의 의지에 관계없이 3NO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의 안보정책 결정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우려도 제기된다.

◆사드 추가 배치, 실현되기 쉽지 않아

한반도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문제는 군사적 측면에서는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 부지에 설치된 주한미군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한 채 설치되어 있다. 성주=연합뉴스

현재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 부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는 한반도 남부 지역을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부산항과 김해공항 등을 통해 전개할 미군 증원전력을 북한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에 적합한 위치다.
공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공중에서 비행중인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공군 제공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중부 북부지역, 서해안 일부 지역은 사드의 요격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주한미군의 새로운 허브 기지인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와 미 7공군의 핵심인 군산 기지 등이 사드의 방어능력 밖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캠프 험프리 등에는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지만 북한 탄도미사일이나 300mm 방사포탄이 날아올 경우 방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미 양국이 합의한 직후부터 군 안팎에서는 두 번째 사드의 배치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일부 특정 지역이 두 번째 사드의 주둔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직후 두 번째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찬반 논란이 발생하면서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떠안았는데, 이를 또다시 반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경우 사드의 추가 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일정 부분 양보한 중국으로서는 사드의 추가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예의주시하면서 3NO 준수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美 MD 참여도 한미일 군사동맹도 없다” 가능할까

미국의 미사일방어(MD)와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은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거론됐을 때부터 사드를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용이 아닌 한국의 미국 MD 참여로 해석했다. 일본의 MD가 미국의 MD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MD를 매개로 한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바뀌는 상황도 우려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달 24일 필리핀 클라크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창완취완 중국 국방부장(왼쪽)이 만나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방부 제공

중국으로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묵인하는 대신 한미일 3국 군사협력과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저지함으로서 한미일 3국 동맹체제 출범을 막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미국의 MD 참여 거부나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은 정치적 선언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을 견고하게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다.

2013년 6월 미 의회조사국(CRS)이 발간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방어 : 협력과 반대’라는 보고서는 상호운용성이 미사일방어체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보고서는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이지스구축함과 X-밴드 레이더, PAC-3 등 미사일 탐지와 요격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상호 협력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일 3국 미사일 방어의 핵심은 상호운용성과 정보 공유다. 통일된 군사 규격을 갖고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유럽 회원국들과 달리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미국 주도의 군사기구나 군사규격이 없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이 지역에 구축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반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미사일 방어망은 미국제 장비와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미사일 방어망을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과 상호 연결하면 중국, 러시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초기 단계에서 탐지해 요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미군 수뇌부는 수년전부터 이같은 형태의 통합 미사일방어망 구축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태평양사령부는 일본, 한국, 호주와 완전한 통합 BMD(MD)체계를 구축하는 목표와 인적 협력, 정보공유를 향상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2013년 4월 마틴 뎀프시 당시 미국 합참의장도 “한미일 3국간 협력적 미사일방어체제가 필요하다”며 “개별 미사일방어망보다 통합적인 미사일방어망이 낫다”고 밝힌 바 있다.

상호운용성을 통한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망 연결의 핵심은 정보교류다.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궤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조기경보가 가능하고 요격에 필요한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이 탐지한 미사일 정보의 교류가 필수다. 미국측 인사들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해군 제공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의 MD참여에 대해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선을 그어 왔다. 한미일 3국 군사동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상호운용성을 기반으로 3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해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을 통해 미국, 일본과 미사일 경보훈련을 지난해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 궤적을 탐지하면 그 정보를 미국, 일본 이지스구축함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경보를 전파하는 훈련이다. 지난해 2월에는 한국과 일본 군사당국자들이 미국에서 열린 님블 타이탄(Nimble Titan) 16 워게임에서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가정해 정보를 공유하고 위협을 평가하며 공격작전도 긴밀히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님블 타이탄은 가상 적국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가정하고 토의식 연습과 워게임을 하는 다국적 탄도미사일 방어연습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실무자 위주로 참가해왔다. 우리 군이 추진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도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 등 정보수집 분야에서는 미국 조기경보위성의 도움을 받게 되어 있다.
우리 정부의 3NO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속력이 없는 유연한 대응”이라는 지적과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교차한다. 한미일 군사협력과 한미 동맹을 저해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일(현지시간) 3NO에 대해 “내가 본 바로는 외교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한국이 그 세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안보 측면에서 주권에 기초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도 이같은 논란을 부채질한다.
7월 30일 미국 공군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해 우리 공군 F-15K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군 제공
하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KAMD 구축 과정에서 한미 양국간에 진행된 협력과 GSOMIA를 통한 한일 군사정보교류,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훈련 등은 무엇을 의미할까. 명시적인 형태를 띠지 않았을 뿐, 상호운용성을 통한 군사협력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한미일 군사협력은 유지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드의 추가 배치만 없다면 중국도 더 이상 반발하기 어려운 묘수인 셈이다. 사드의 임시 배치를 단행하면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기로 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의 체면을 세워준 우리 정부가 의 외교안보전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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