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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상처받은 사랑 보듬던 '꽃섬'…하화도 길마다 야생화

송고시간2017-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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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지 않은 섬 둘레길 6.7㎞엔 늦가을 정취 가득

(여수=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겨울을 재촉하는 11월의 비 '노벰버 레인'이 촉촉하게 내리는 바다.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마치 늦가을의 정취도 이 비가 내리고 나면 함께 사라질 것만 같다.

이럴 때 고요한 남쪽 바다로 혼자 떠나보면 어떨까.

여수 하화도(下花島)는 꽃이 핀 아름다운 섬이라 해서 얻은 이름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러나 쉽게 볼 수 없는 '범죄없는 마을' 간판(성연재 기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러나 쉽게 볼 수 없는 '범죄없는 마을' 간판(성연재 기자)

임진왜란을 피해 피란을 가던 인동 장씨 가족이 꽃이 아름답게 핀 섬 두 곳을 발견했는데 그곳이 상화도와 하화도다.

송일곤 감독의 영화 '꽃섬'의 배경이 된 곳이 하화도다. 섬에는 구절초와 야생국화 등 각종 꽃이 흐드러지게 펴 있다.

상처 입은 세 명의 여자가 찾은 섬 꽃섬. 영화는 이런 여성들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섬마을 백반(성연재 기자)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섬마을 백반(성연재 기자)

사람들이 제법 사는 상화도와 달리 하화도 인구는 고작 몇 가구에 불과하다.

하화도에 내리니 반가운 이름표가 하나 눈에 띈다.

'범죄 없는 마을'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이 콩닥거린다.

"하긴 10여 가구밖에 안 되는데 범죄를 짓고 어딜 도망을 간대"

장구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이 지점의 전경은 드라마틱하다.(성연재 기자)
장구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이 지점의 전경은 드라마틱하다.(성연재 기자)

그렇긴 하다. 사실 망망대해에 배 없이 어딜 달아난다는 것도 무리고, 배를 동원해 이 작디작은 마을에 범죄를 저지르러 들어올 사람도 없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섬마을은 올해부터 외지인의 눈길을 받기 시작했다.

바로 이 섬 맨 끄트머리에 등장한 현수교 덕분이다.

다리 길이 100m, 높이 65m, 폭 1.5m다. 공모를 통해 정식 명칭은 '하화도 꽃섬다리'로 정해졌다.

다리 중앙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 시퍼런 바다가 아찔하게 눈에 들어온다.

마치 뮌헨의 노이슈반스타인 성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현수교처럼 높은 곳이 들어섰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옥빛 물길과 '큰 굴'(성연재 기자)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옥빛 물길과 '큰 굴'(성연재 기자)

이 현수교를 포함해 섬 전체를 트레킹하는 데는 2시간 정도면 족하다. 모두 6.7㎞ 가량인 이 섬의 둘레길은 일단 가파르지가 않아 좋다.

우선 북쪽으로 난 해안 길을 따라 15분이면 '애림민야생화공원'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야생화공원 위쪽으로 난 길을 걷는 편이 꽃섬다리 쪽으로 직진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무조건 야생화공원 위로 난 길을 걸으시라.

반대로 걷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 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고통을 맛봐야 한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세워진 현수교(성연재 기자)
깎아지른 절벽 위로 세워진 현수교(성연재 기자)

야생화공원 위로 난 길을 걷다 보면 남쪽 절벽 길을 탈 수 있는 멋진 데크로드를 만날 수 있다.

순넘밭넘구절초공원을 비롯해 큰산전망대, 깻넘전망대, 막산 전망대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다도해의 풍경이 기가 막힌다.

백미인 꽃섬다리를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건너고 나서 아래쪽을 잘 보면 아래쪽에 커다란 굴이 하나 보인다. 바로 주민들이 말하는 '큰 굴'이다.

큰 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물과 맞닿아 있어 신비로움을 준다.

하화도에서는 백패킹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성연재 기자)
하화도에서는 백패킹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성연재 기자)

다리를 건너 끄트머리 쪽으로 계속 나가다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전경이 펼쳐진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가파른 계단 너머로 장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장구도와 상화도가 펼쳐진다.

선착장에 내려진 개도막걸리(성연재 기자)
선착장에 내려진 개도막걸리(성연재 기자)

이 지점은 때로는 세찬 바람도 불어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더욱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부터는 내리막길이라 편안한 느낌으로 걸을 수 있다.

아찔함이 느껴지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편안한 발걸음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다시 공원을 만나게 된다.

길마다 야생화가 사시사철 피어 있는 하화도(성연재 기자)
길마다 야생화가 사시사철 피어 있는 하화도(성연재 기자)

◇ 섬 음식

슈퍼집 아저씨인 동네 이장님댁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 섬마을 백반이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하화도 인근인 개도에서 만들어진 '개도 막걸리'다.

원래 개도에서 주조됐지만, 하화도 슈퍼에서 판매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걸쭉하지만 진한 맛이 일품인 개도 막걸리는 꼭 한번 맛봐야 할 술로 꼽힌다.

데크로드에는 방문자들이 걸어놓은 기원문들이 걸려 있다.(성연재 기자)
데크로드에는 방문자들이 걸어놓은 기원문들이 걸려 있다.(성연재 기자)

◇ 가는 길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이용해도 되고 백야선착장을 이용해도 된다.

백야선착장(☎061-686-6655)에서는 오전 8시, 11시 30분, 오후 2시 50분 출발하는데 30분가량 소요된다.

백야선착장이 여수 시내에서는 멀기 때문에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가는 것이 편리하지만 시간이 좋지는 않다. 여수 여객선터미널(☎061-665-6565)에서는 오전 6시, 오후 2시 들어가는데 1시간 10분가량 걸린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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