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로스쿨 다니는 금감원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A씨는 휴직하고 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재학 기간 3년 중 2년은 월급이 나오고, 학비도 2000만원까지 지원 받는다. 작년과 올해 5명이 이렇게 연수 휴직으로 로스쿨에 들어갔다. 따로 2명이 학비 지원이 없는 일반 휴직이긴 해도 역시 금감원 직원 신분을 유지한 채 로스쿨에 다닌다. 금감원이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런 방식의 휴직이 민간에서도 가능한지 4대그룹 계열사의 인사 담당 임원에게 물었다. 그는 대뜸 "말이 되는 소리냐?"고 했다. "자격증 따겠다고 3년이나 일 안 하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고 신분 유지해주는 회사가 어디 있어요? 금감원은 변호사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적은 비용으로 변호사를 뽑을 수 있는데 왜 그런 혜택을 주죠?" 실제로 금감원엔 변호사 직원이 112명으로 흔하디흔하다. 중앙 부처에도 '금감원식 휴직'은 가로막혀 있다. 공무원의 국내 대학원 진학 시 휴직은 2년만 가능하다. 3년짜리 '로스쿨용 휴직'은 불가능하다.
대기업도, 중앙부처도 허용하지 않는 특혜가 금감원에서는 베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나사 풀린 금감원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분담금으로 내는 돈을 받아 예산으로 쓴다. 사실상 국민으로부터 걷은 돈으로 직원들이 먹고사는데 아껴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금감원 직원 평균 연봉은 9660만원(2014년)으로, 정부 지정 332개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연봉(6607만원)보다 3000만원 이상 많다. 금감원은 20명의 해외사무소 직원들을 위해 올해 78억원을 쓴다. 그런데 8개 금감원 해외사무소에서 보낸 업무 보고의 98%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이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금감원은 감독을 제대로 못 했다는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온갖 비리·비행으로 점철된 고질병을 한꺼번에 드러내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 받은 직원이 여럿 나왔다.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임무를 가진 사람들이 몰래 친인척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됐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금감원 간부의 청탁을 들어준 채용 비리로 연거푸 검찰 수사를 받으며 온 동네 창피당하고 있다.
이 지경인데도 금감원은 각종 경영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관할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감싸고 돌아서 그렇다. 금감원 예산 집행은 금융위 사인만 받으면 해결된다. 상전 하나만 구워삶으면 무사태평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금감원을 정신 차리게 하려면 형님 격인 금융위에 맡기지 않고 국회와 시민의 감시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인사 제도 운용이나 예산 집행을 제멋대로 할 수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감시망을 에워싸야 한다. 금감원 직원들은 민간인 신분으로 막강한 공권력을 행사한다. 특별한 위치에 있으니 특별한 감시를 받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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