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 그는 왜 죽음을 택했나

이하늬 기자 입력 2017. 11. 3. 17:32 수정 2017. 11. 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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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위치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직원이 기자를 원망하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낮 12시9분 대구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건물 지하 주차창에서 손아무개(5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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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기사 내용 사실 아니야”…쿠키뉴스 기자 “제보 받아서 기사화, 압박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대구에 위치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직원이 기자를 원망하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낮 12시9분 대구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건물 지하 주차창에서 손아무개(5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소주병과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손씨는 사망 직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2시2분 한 언론사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라며 “그동안 얼마나 당신 글로 인해서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생각해보았는지요. 당신이 쓴 글에 대해서 책임질 것을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손씨는 연구원 책임 행정원으로 17년 동안 건물 대관업무를 해왔다. 노조와 유가족에 따르면 손씨와 해당 기자는 건물의 대관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손씨의 업무용 컴퓨터에는 해당 기자가 손씨를 협박했다는 내용의 문서도 발견됐다.

▲ 손아무개씨가 10월31일 오전2시2분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동조합 제공

해당 기자는 지난달 제보자들과 연구원에서 자료를 받아 한국패션센터 대관 비판 기사를 두 차례 썼다. “한국패션센터가 개인 건물? ‘갑질’ 도 넘었다”(2017년 10월16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패션센터 그대로 방치하나?”(2017년 10월30일) 등이다.

해당 기사에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특정인에게 장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인사 변동 없이 맡겨졌고, 이로 인해 특정인이 다목적공연장 및 대회의실 임대를 놓고 임의대로 주무르고 마음대로 결정하면서 업체들과 여러 차례 말썽을 빚어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노조와 유족은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3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남긴 자료에 따르면 관련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해당 기자의 부당한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 유족은 대구시와 연구원 또한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대구시는 보도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기보다는 해당 기자의 자료제공 요구에 응하기 급급했고, 이 과정에서 고인이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사의 대표이사와 대구본부장, 경영본부장은 2일 고인의 빈소를 찾아 유감을 표명했다. 대표이사는 유족과 노조에게 “기사를 삭제하고 사고를 내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유족과 노조 등은 진상규명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진상규명 전까지 장례를 연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해당 기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심경을 밝혔다. 해당 기자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마땅치 않다”면서 “취재원들의 제보가 있어서 알아보다가 문제점이 많아 기사를 쓰게 됐다. 고인과 얼굴을 본 적도 없고 협박하거나 괴롭힌 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제가 저를 방어하겠다고 하면 고인을 욕보이는 꼴이 된다. 저는 이미 도덕적으로 비난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 기사를 썼거나 누구를 압박하기 위해 기사를 쓰지 않았다. 더 이상 상황이 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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