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고라 완전 장악까지 외곽팀 확충"

구교형 기자 2017. 11.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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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MB 국정원 여론전
ㆍ원세훈 지시에 따라 2년 만에 3배 규모로 인원 늘려
ㆍ불법행위 노출 막으려 선발 시 이중·삼중 거름장치

국가정보원이 2011년 1월 사이버 외곽팀을 동원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의 토론글 50%를 장악했다고 분석한 자체 평가 문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67)의 지시로 2009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의 장악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온라인 토론 등 당시 많은 누리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던 아고라는 이명박 정부에는 ‘눈엣가시’나 마찬가지 존재였다.

원 전 원장이 취임 직후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외곽팀’(외곽팀)을 창설해 계속 규모를 확대한 것도 아고라를 타깃으로 한 여론조작을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온라인 공론장은 국정원의 ‘검은손’이 지배하는 곳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사이버 현안대응 외곽팀 운영현황’ 문건(2011년 8월 작성)을 보면 원 전 원장은 “아고라 내 ‘좌(左)티즌’ 척결”을 목표로 2009년 5월 9개팀 1000여명 규모의 외곽팀을 신설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외곽팀 규모는 15개팀 1700여명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아고라가 완전히 장악되지 않자 원 전 원장은 외곽팀을 더욱 확충했다. 문건에는 “아고라 완전 장악에 한계 노정 → 2010년 7월19일부 19개팀(3000여명)으로 대폭 확충(2010년 5월20일 원장님 지시)”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따라 돈을 받고 댓글 공작에 가담하는 외곽팀 인원은 2600명으로 늘어났고 월 예산은 9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증액됐다.

이후 외곽팀은 2011년 1월 24개팀 3420명까지 늘어났고, 결국 국정원은 이 시점에 아고라에 올라오는 전체 토론글 중 50%를 점유할 수 있게 됐다. 문건은 외곽팀 활동에 힘입어 좌티즌의 활동이 위축되고 자발적인 ‘우(右)티즌’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아고라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외곽팀의 불법행위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조자를 선발할 때 이중·삼중의 거름장치를 마련했다. 문건은 “정보관(IO)·심리전 협조자를 통해 물색 → 직접 접촉 및 의사 확인 → 사상·활동역량 2단계 검증(1차 IO, 2차 심리전단) → 상보(상부보고) 및 재가 → 외곽팀 활용 순”이라고 와곽팀 인원 선발 절차를 밝혔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 ㄱ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0년 봄 서울 동작구에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 단체인 ‘늘푸른희망연대’ 사무실을 방문해 ㄴ씨(여)에게 외곽팀 활동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심리전단 내부 회의에서 접촉 대상인 ㄴ씨가 여성인 점을 고려해 같은 여성인 자신을 적임자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1월에는 탈북자들 사이에서 국정원이 뒷돈을 주고 댓글 공작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나자 “보안성 강화와 활동의 질적 제고”를 이유로 탈북자들로 구성된 외곽팀 2개(410명)의 활동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원 전 원장은 매달 외곽팀 활동에 대해 ‘친전 보고’를 받았다. 친전 보고는 원장 비서 등 서류를 중간에 전달하는 사람이 열어볼 수 없고 문건을 받아보는 사람이 직접 개봉해 내용을 확인하는 보고 방식이다. 아고라 장악의 불법성을 원 전 원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보니 이토록 보안 유지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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