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석들 '휴가 내고 근무'에 文 대통령 질책

문동성 기자 2017. 11. 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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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참모들에게 "제대로 휴가를 쓰라"고 질책했다.

일부 참모들이 형식적으로 연차 휴가를 내놓고 대통령 몰래 근무한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방식의 근무는 연차휴가 취지에 맞지 않다"며 "제대로 휴가를 가라"고 지시했다.

각 수석의 휴가 소진 현황을 산하 비서관, 행정관의 근무평가와 연동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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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관계자도 "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생각 버려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참모들에게 “제대로 휴가를 쓰라”고 질책했다. 일부 참모들이 형식적으로 연차 휴가를 내놓고 대통령 몰래 근무한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공무원의 연차 소진을 수차례 강조했다.

취임 직후인 5월 22일에는 직접 연차를 내고 경남 양산에서 휴식을 취하며 ‘모범’을 보였다. 노동시간 단축은 문재인정부의 상징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청와대 직원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집권 초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보니 연차는커녕 초과근무를 거듭해도 마무리하기 힘들었다. 내각 인선도 끝나지 않은 인사수석실, 적폐청산 작업과 인사검증을 동시에 해야 하는 민정수석실, 탈원전 등 매머드급 현안이 즐비한 사회수석실은 밤샘작업을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다보니 일부 수석 등이 연차를 내놓고 몰래 근무하는 ‘꼼수’를 썼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어길 수는 없어 연차 소진을 위해 ‘가짜 휴가’를 낸 것이다. 일부 수석들 사이에선 연차를 내고 대통령 몰래 일할 수 있는 노하우가 공유되기까지 했다. 이런 사례를 문 대통령이 보고받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방식의 근무는 연차휴가 취지에 맞지 않다”며 “제대로 휴가를 가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지난 9월 “연차를 쓰지 않는 것은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업무 편제가 잘못됐다는 얘기”라며 “연차를 전부 쓰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연차수당’ 제도도 없앴다. 각 수석의 휴가 소진 현황을 산하 비서관, 행정관의 근무평가와 연동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수석이 휴가를 안가면 직원들 근무평가를 나쁘게 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연대책임’도 부작용을 일으켰다. 수석들이 직원 근무평가를 고려해 가짜 휴가를 고안했고, 되레 직원들까지 가짜 휴가를 내거나 휴가를 쓰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연차는 써야 하는데 일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 직원 410명의 평균 연차 사용률은 9월 말 기준 47%다. 평균 연차일수 15일 중 7일을 사용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선 타이밍이 중요한 일이 많다”며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부처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휴가를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령을 통해 법적으로 정원이 한정돼 있는 탓에 인력을 늘리는 것도 어렵다. 일부 수석실은 인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추가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시간 단축 및 연차휴가 소진 문화를 선도하겠다던 청와대의 이상론이 현실과 상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정시 퇴근, 연차 소진도 가능한 여건이 조성돼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에서도 실현되지 않는 정책을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어떻게 시행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석들도 자기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연차를 내고 일을 했다면 연차 낸 것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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