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레코드 가게서 보물을 발견하다

입력 2017. 11. 2. 03:02 수정 2017. 11. 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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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레코드점에서 보물을 발견한다.

내가 몇 학년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가족이 자가용을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가족 모두가 신났던지 주말마다 근교 나들이를 갔다.

덜커덕! 테이프가 재생되자 차 안은 영국 공연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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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일 수요일 흐림. 핼러윈. #267 Helloween 'Dr. Stein'(1988년)

[동아일보]

독일 헤비메탈 밴드 헬로윈의 ‘Dr. Stein’ 싱글 표지.
가끔 레코드점에서 보물을 발견한다. 이번엔 성배였다.

10대 때 날 처음 음악에 빠져들게 만든 바로 그 곡. 독일 헤비메탈 밴드 헬로윈의 ‘Dr. Stein’이 담긴 45회전 싱글 레코드를 찾았다.

내가 몇 학년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가족이 자가용을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가족 모두가 신났던지 주말마다 근교 나들이를 갔다. 형은 그날, 요즘 말로 하면 믹스테이프를 조심스레 카 오디오에 밀어 넣었다. 집에 있는 LP레코드들에서 이것저것 좋아하는 노래를 한데 모아 정성스레 녹음한 카세트테이프.

테이프는 그날 왜 운명처럼 하필 그 지점에 멈춰 있었을까. 덜커덕! 테이프가 재생되자 차 안은 영국 공연장이 됐다. 실황음반 ‘Live in the U.K.’. 보컬 미하일 키스케의 외침이 관중의 환호를 예리하게 꿰뚫었다. ‘Are you ready for Dr. Stein?!?’ “예!”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온 육중한 전기기타 리프. 그것은 스피커를 찢어발기고는 나의 달팽이관과 세반고리관, 양쪽으로 들이닥쳤다.

양손과 양발 끝에서 120볼트짜리 전류가 발전됐고 그것은 4개 방향에서 심장 쪽으로 질주했다.

한 뼘마다 전류는 두 배로 증폭했다. 0.5초 만에 심방과 심실로 미끄러져 들어오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찰나가 내 세계의 자전축을 영원히 33.5도쯤 돌려놨다.

헬로윈은 ‘파워 메탈’ 장르의 선구자다. 가운데 하이픈을 넣어 ‘파워-메탈’로 써줘야 될 것 같은 우직한 이름. 단거리 달리기처럼 질주하는 리듬, 동요나 만화 주제가처럼 쏙 들어오는 멜로디, 초고음 보컬….

어제, 핼러윈의 밤에 며칠 전 산 ‘Dr. Stein’ 레코드를 꺼냈다. 팀명인 헬로윈은 핼러윈, ‘Dr. Stein’은 프랑켄슈타인의 변형이다. 노래 속에서 괴짜 DNA 실험가 박사의 기괴한 피조물들이 세상 밖으로 탈출한다. 그것은 핼러윈 데이. 내겐 오래전 그날이 다름 아닌 핼러윈이었던 셈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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