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4차산업혁명 키워드는 '사람'이다
지난달 1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새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를 지향하며 4차산업 역시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사람을 중심에 두라는 당부를 맨 첫머리로 올렸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4차산업 혁명 전문가로 영입돼 대통령 선거 기간 현 정부의 4차산업혁명 로드맵을 기획한 입장에서 왜 4차산업혁명의 최우선 키워드가 사람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먼저 4차산업 혁명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의 목적은 그 자체가 아닌 사람에게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의 혜택은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은 고도로 발전되고 융합된 과학기술이 선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4차산업 혁명의 혜택은 불균형하게 배분된다. 4차산업 혁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독식하는 구조는 최근 몇 년 새 심화됐다.
필자가 2001년 인텔에 수석매니저로 입사했을 당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세계시장 점유율은 93%였지만 지금은 100%에 육박한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얻은 이익은 2010년에 50% 선이었지만 지금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금도 부자가 정보와 과학기술을 소유하고 있는데 4차산업 혁명 발전과정에서 이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부자에게 쏠릴 것이다. 정보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은 불공정으로 이어진다.
연못 속 두 마리 붕어 이야기를 잘 생각해야 한다. 둘 중 하나가 죽으면 남은 하나가 먹이를 독차지해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죽은 붕어가 부패해 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4차산업혁명 전략은 이를 방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을 통해 20년 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지고 우리나라 전체 고용 인원 중 55% 이상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보에 대한 접속권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4차산업 혁명으로 얻어지는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 최근 해외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이런 정신을 반영한다.
그 재원은 4차산업 혁명을 통해 절감된 비용과 그 혜택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로봇세와 데이터 배당금 같은 것이 예다. 로봇세는 고용 인원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경우 매겨지며 그 사회변화로 인한 갑작스런 실직자들을 위해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배당금은 각 사람으로부터 수집한 빅데이터를 통해 얻는 이득을 데이터 수집에 동의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을 이루는 기술 융합 과정 자체가 사람을 모방한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AI)의 작동은 사람이 뇌가 수집한 기억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닮았다. 사물 인터넷(IoT)은 사람의 감각을 본뜬 것이요,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5G 네트워크라는 신경망을 통해 뇌에 전달되는 것이다. 그 물리적인 동력이 심장의 펌프질로 가능하듯이 4차산업 혁명에서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중요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의 피부에 해당하는 신소재 기술혁명 역시 4차산업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 융합을 이뤄가는 모습은 인체의 각 부분이 작용하는 유기적인 조합을 닮아있다.
4차산업 혁명은 과학기술의 선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에 걸맞은 사회 문화와 구조가 뒤따라야 한다. 이 둘이 수레의 양 바퀴처럼 4차산업 혁명의 성공을 균형적으로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기술융합은 그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사람이 마음껏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는 사회 문화와 시스템 속에서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정부 차원의 의지와 스마트한 행정조직에 의해 지원될 것이다. 이것이 없다면 많은 4차산업혁명의 혁신가들은 그 혁신을 실현하기에 걸맞은 사회를 찾아 떠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4차산업혁명은 비상하기 전 활주로를 따라 바퀴를 굴리는 단계에 있다. 이륙한지 오래되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비행하는 몇몇 선도국에 비하면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지난달 11일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4차산업혁명이 그 날개를 활짝 펴고 그 누구보다 높이 날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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