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흥진호 피랍' 전모..헛다리 짚은 한국당?

김봉수 2017. 11. 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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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북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들고 있던 현수막의 내용이다. 지난달 21일 나포돼 27일 풀려난 복어잡이 어선 '391흥진호'의 행적이 의심스럽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 볼 때 한국당 의원들은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제기될 만한 것도 있지만 조사 및 진술에 의해 일부를 제외하곤 상당부분 해소가 됐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모와 제기된 의혹ㆍ의문들을 살펴보자.

가장 큰 의혹인 당국의 뒷북 대응은 선주 측의 거짓말ㆍ불법조업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합동조사단 및 해경의 조사 결과 391흥진호는 지난달 16일 출항한 후 대화퇴 어장 한일 공동어로 수역에서 조업하다 어획량이 부진하자 북한 해역 안으로 50마일 이상 침입해 불법 조업을 하던 중 21일 오전 1시30분경 북한 경비정에게 나포됐다. 정부도 지난달 21일 오후 10시31분께 포항어업통신국이 동해ㆍ포항해경 측에 391흥진호의 미귀환 사실을 통보해 수색에 들어갔다.

그러나 선주 측의 '거짓말' 때문에 초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즉 해경 측은 391흥진호의 실질적 운영자인 前 선장에게 흥진호의 행방을 탐문했지만 "22일 오전8시20분께 흥진호와 통화했는데 독도 북동 170해리 위치에서 조업 중이며 안전상 이상이 없다"며 경비세력 투입도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때마침 해당 수역의 기상이 악화됐다. 해경은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등의 말을 믿고 24일까지 3일간은 통신 수색 외에 함정 1척ㆍ항공기 1척 등만 동원해 소극적인 수색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거짓말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이 되어서야 前 선장은 "22일 오전 8시20분 통화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사실은 20일 오후10~11시께 최종 통화를 했고, 해경 탐문땐 391흥진호가 러시아 해역 쪽으로 들어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알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전 선장의 말만 믿고 있다가 25일 이후가 되서야 조난 가능성을 우려해 함정 6척ㆍ항공기 2척 등으로 수색 세력을 대폭 늘리고 러시아ㆍ일본ㆍ중국 측에도 수색 협조 요청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수색에 나섰다.

뒤통수를 맞은 해경은 27일 오전 6시52분께 청와대로부터 "방송을 보니 어선이 피랍됐더라"는 사실을 통보받고 나서야 391흥진호의 피랍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391흥진호


두번째 의혹인 청와대ㆍ국방부가 피랍 사실을 몰랐던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다. 우리 국민 7명, 베트남인 3명 등 10명이나 승선한 391흥진호의 실종 사실을 청와대나 국방부, 해양수산부가 몰랐다는 사실도 의혹이 됐다. 게다가 해경 측은 22일 오전8시22분 첫 보고 이후 19차례에 걸쳐 청와대, 총리실, 국정원, 해양수산부, 해군, 중앙재난상황실 등 유관 기관에 상황을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는 북한의 의 석방 보도가 나올 때까지 일주일 동안 흥진호 나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91흥진호' 나포 사실에 대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경 측 관계자는 "단순 미귀환으로 추측해 수색에 돌입한 상황을 알렸을 뿐 조난ㆍ피랍 등 긴급 상황으로 통보하지 않아서 보고받는 기관 입장에선 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안이한 대응이며 국가 위기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도 하다.

통상 어선 실종 사건 발생시 언론에 공개하던 관례가 이번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도 의혹의 대상이 됐다. 해경은 391흥진호의 '연락 두절'이 초기엔 불법 조업에 따른 단순 미귀환으로 추측됐고, 해당 어선 선장이 과거에도 수차례에 걸쳐 위치확인ㆍ보고 없이 수일간 조업을 하다 귀환한 사례가 있었던 점, 선주 측이 경비세력 투입을 원하지 않았던 점 등을 미공개 이유로 설명했다.

귀환시 선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얼굴을 가린 데다 젊은 외모인 점을 둘러 싸고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억측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합동조사단ㆍ해경의 입장이다. 조사 결과 일반 어민들로 확인됐고, 마스크는 본인들이 신원 노출을 원하지 않아 자진해서 썼다는 것이다. 이밖에 통상 불법 조업 어선이 나포되면 어획물을 전량 압수당하는 게 보통인데도 391흥진호가 무사히 어획물을 간수한 채 돌아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해경 측은 선주 측의 허위 보고로 수색활동에 혼선을 빚은 만큼 선박과 선원이 수산관계법령을 어긴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주 감포 선적 39톤급 복어잡이 어선인 391흥진호는 지난달 27일 선원 10명과 어선 모두 무사히 송환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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