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정원장 "노 정부 때는 청와대에 한푼도 안 줬다"

손국희 2017. 11. 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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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청와대 제공 관행아니다"
"내 임기 땐 해외활동 영수증 일일이 챙겨"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인사들에게 현찰로 건네졌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관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 김만복(71) 전 국정원장은 1일 “노무현 정부 시절엔 공식적이던, 비공식적이던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한푼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하지만 만약 실제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현찰로 전해졌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제28대 국정원장(2006.11~2008.02)으로 재직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중앙포토]

Q :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예산을 청와대에 지원한 적 있나. A : “적어도 내 임기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 청와대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한푼도 건넨 일이 없다. 당시 청와대에서도 그런 요구를 국정원에 먼저 한 적이 없었다.”

Q : 김영삼, 김대중 정부 등 이전 정부에서는 어떠했나. A : “노무현 정부 이전의 일은 나도 알지 못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분위기는 감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 화두다. 노무현 정부에서 적폐청산이란 표현이 있진 않았지만 당시에도 공무원 사회, 정부 기관의 잘못된 관행, 비리를 바로잡자는 바람이 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건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Q : 최근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지원됐다는 의혹이 논란인데. A :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안이라 조심스럽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007가방에 현찰로 담겨 전달됐다면 잘못된 일이다. 사용 기록이나 그런 것들이 남아 있지 않다면 더 큰 문제다.”

Q : 노무현 정부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관리했나. A :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대북·방첩 활동 등 보안이 필요한 분야에 쓰여 비밀 유지가 필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규모와 사용 내역을 완전히 숨기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요원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정보 활동을 하다가 2000만원을 사용했다고 해보자. 이런 기록들은 국정원 내부에 ‘A 요원이 언제 어디에서 얼마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다’ 식으로 세세하게 기록된다. 내 임기 때는 영수증도 대부분 남겨 내부에 보관했다. 국회 정보위에서 내역도 보고했다. 내부용 처럼 자세한 수준은 아니라 ‘해외 정보활동 명목으로 어떤 기간 얼마를 썼다’는 식으로 보고한다.“

Q : 국정원장에게 따로 할당되는 활동비가 있었나. A : “원장에게 할당되는 공식적인 몫은 없었다. 다만 원장이 업무상 사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원장도 특수활동비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 경우 내부에 정확한 회계처리 기록을 남겨야 했다.”

Q : 다른 정부 기관, 부처를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지원하는 관행이 있나. A : “관행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 물론 일부 다른 정부 기관에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정원에서 자체 판단으로 예산을 떼어내 임의로 지원하는 게 아니다. 예산을 편성하기 이전에 이미 국회 정보위에 다른 기관에 어떤 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 보고를 한다. 이것에 따라서 정확하게 지원을 하고 나중에 결산 심사를 받는다. 계획 보고를 하지 않고 다른 기관에 지원을 한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

Q : 다른 부처, 기관을 지원한다면 청와대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나. A : “원론적으론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 자체 특수활동비도 수백억 규모가 되는 상황에서 국정원에서 예산 지원을 한다고 하면 국회 정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통과가 될 수 있겠나.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 시급한 예산이 필요해 청와대를 지원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국회 정보위에 보고를 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금액을 지원 할 순 있다.”

Q : 국정원 특수활동비 규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A : “예산 규모가 큰 건 맞다. 하지만 일반 정부 부처나 기관과 국정원의 예산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다른 기관들은 부처 예산이 기본적으로 책정되고 특수활동비가 추가로 따라 붙는 구조다. 반면 국정원은 부처 예산이라는 게 따로 없다. 특수활동비가 곧 부처 예산이다. 특수활동비라고 해서 모두 어떤 특수한 활동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기도 하다.”

손국희·박사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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