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이 11년 만에 주연을 맡은 그 영화? '유리정원'
★★☆
이는 신수원 감독 특유의 판타지적 상상력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단편 ‘순환선’(2012)은, 그 아내(김영선)가 닭을 출산하는 장면을 통해 주인공 상우(정인기)가 중년 남성으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공포를 독창적으로 드러냈다. ‘명왕성’(2013)은 입시 경쟁과 학교 폭력의 긴장을 사제 폭탄으로 터뜨렸다. ‘VIP 병동’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차별적 현실을 해부하는 ‘마돈나’(2015)는, 두 여성 주인공의 삶이 겹쳐 보이는 장면을 판타지로 연출했다. 판타지를 통해 오히려 현실 문제를 날카롭게 비추는 것이야말로 한국영화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신 감독 영화의 개성이다.
‘유리정원’은 그 긴장을 장면의 분위기, 특히 숲 장면의 신비하면서도 불안한 느낌, 그것이 나타내는 강렬한 상징으로 표현하려 한다. 그만큼 장면 장면이 얼마나 그럴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느냐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유리정원’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재연의 연구로 사람이 점점 초록의 피가 도는 나무가 되어가는 모습이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는 나머지, 신비로운 동시에 섬뜩하고, 아름답고도 슬픈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기 힘들다.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시도가 무색해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TIP 문근영이 영화 주연으로 나선 건,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이철하 감독)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 스파이크 존즈 감독) 비밀의 숲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세계.
‘마돈나’(2015, 신수원 감독) 신 감독 특유의 현실 비판적 판타지의 개성을 더 맛보고 싶다면.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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