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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돈, 자식, 결혼에 얽매이지 말 것 `동치미` “혼자 살아도 괜찮아”

이승연 기자
입력 : 
2017-11-01 12:47:31
수정 : 
2017-11-01 12: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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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취미 생활, 배우자의 가족까지…. 여러가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결혼 생활보다는 ‘현재 내 인생에만 충실하자’는 비혼 라이프가 연일 화제다. 그렇다면 실제로 내 곁에 배우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현실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지난 28일, <동치미> 스튜디오에 모인 출연진들은 결혼과 비혼에 대한 솔직한 토크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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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돈 ▷“넌 애도 있고 남편도 있으니까 밥은 내가 살게” 가수 적우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다. 외로움도 많은데다 혼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적적한 마음에 친구들이나 지인과의 모임을 자주 갖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모임을 갖고 밥을 먹으면 이상하게 꼭 내가 돈을 내야 할 것만 같다는 거다. 아무래도 친구들은 다 가정이 있다 보니까 식사를 해도 음식 가격을 생각하는 것 같고 모임에 나와서도 계속 시계를 본다. 하지만 난 혼자다 보니 돈의 문제도 크게 없고, 시간도 자유롭다. 그래서 내가 간혹 친구들을 붙잡을 때면 좀 미안해지기도 한다. 특히 2차, 3차로 갈 때면 더더욱 내가 돈을 내게 된다. 문제는 술에 취하면 기분이 업 돼서 가격 생각 안하고 긁는다는 거다.

어느 날은 일어나서 명세서를 보니 너무 큰 금액이 긁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뭐야, 나 기억이 안나. 돈 내놔’라고 해서 일부 회수한 적도 있다. 친구들이랑 놀 때는 이렇게 더치페이가 가능한데, 후배들이랑 먹을 때가 문제다.

하루는 아침에 보니 반지랑 시계가 없더라. 알고 보니 기분이 좋아서 나랑 놀아준 후배에게 시계랑 반지를 빼서 주고 왔다. 물론 알아서 돌려주는 후배들도 있지만 안 주면 달라고 하기도 뭐하다.

내가 애정결핍이 있어서 사람들을 보면 좋아서 자꾸 모든 걸 해주려고 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결혼을 했다면, 남편이 있으니 술 먹고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않을 테고, 돈을 계획 없이 막 쓰지도 않았을 거다. 혼자 살면 돈 모으는 게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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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Talk#1 혼자 사는 사람이 돈 못 모은다 vs 둘이 살면 돈 못 모은다 ▷혼자 사는 사람이 돈 못 모은다

탤런트 임채무 “나는 결혼하고 돈을 모은 케이스다. 결혼할 때 월세로 시작했기에 월세를 탈출하기 전까지는 술과 친구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실했기에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결혼함과 동시에 아내에게 모든 경제권을 맡기고 통장도 만져보지 못했다. 하루에 용돈은 1000원이었다. 당시에 방송국 구내식당 밥이 250원이었기에 하루에 200~300원이라도 남겨서 따로 저금통에 넣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집과 차를 사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기업인 권정주 “혼자일 때랑 둘이 있을 때랑 비교하면 둘일 때가 돈을 더 모은다. 하지만 둘일 때는 나한테 쓰는 돈을 모아서 나와 상관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둘일 때는 돈을 모을 수는 있지만 나를 위한 투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코미디언 장동혁 “혼자 살 때가 돈을 못 모으는 것 같다. 나는 주로 밥을 사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혼밥은 싫어서 후배들이나 동료들과 같이 먹는 편이다. 그러면 계산도 내가 하게 된다.”

▷둘이 살면 돈 못 모은다

한의사 이경제 “결혼 전이나 후나 돈을 못 모은다. 혼자 살 때는 뒷감당 안하고 나에게 쓰느라 돈을 못 모았고, 결혼 후에는 버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 돈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서 돈을 못 모은다. 그러니 아무리 더 열심히 벌어도 돈을 못 모으는 것 같다.”

가수 장호일 “나는 결혼 전에 돈을 제일 많이 모았던 것 같다. 015B로 잘 나가던 시절에는 통장이 8개 이상 있었고, 내가 과소비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결혼하니까 배우자가 돈을 많이 쓰기도 했고, 두 사람이 살다 보니 돈 나가는 일이 많이 생기더라. 확실히 미혼일 때 작정하고 돈을 모으면 많이 모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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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Talk#2 취미생활 때문에 돈 못 모은다 vs 집안 챙기느라 돈 못 모은다 ▷취미생활 때문에 돈 못 모은다

가수 장호일 “나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비행기 표와 숙소만 정한 채 1년에 7~8번씩 여행을 다닌다. 또, 나의 직업이자 취미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좋은 악기 장비를 사기도 한다. 요즘에는 영상 장비에 꽂혀서 영상 장비도 사고 있다. 그런데 금방 새로운 장비가 나오더라. 다 사고 싶다.”

▷집안 챙기느라 돈 못 모은다

탤런트 김청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권이 꽉 차서 벌써 몇 번이나 바꿨다. 올해만 해도 해외여행을 10번 이상 갔다. 30대부터 해마다 10번씩만 쳐도 그게 몇 번인가. 200번은 훨씬 넘게 다녔을 거다. 혼자 있다 보니 갑자기 촬영이 취소되거나 스케줄이 없으면 바로 표를 사서 떠난다. 그러니 아무래도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사람보다는 돈 쓰는 건 자유로운 것 같다.”



▶Chapter2. 효도

▷“나는 결혼을 포기하고 효녀가 됐다” 탤런트 김청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제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같이 여행 다니고, 파티도 하는, 그런 친구 같은 남자 친구는 필요하지만 알콩달콩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를 더 안정적으로 살게 해줄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지금도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

나이가 들면서 ‘사랑을 위해서 희생해야지’라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남자를 안 만나게 되고 무덤덤해졌다. 그런데, 엄마는 아직도 내가 결혼하지 않은 게 가장 큰 걱정인 것 같다. 엄마는 나를 만 17살에 혼자 낳으시고 내가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아빠가 돌아가셔서 미혼모로 나를 고생하며 키웠다. 엄마는 나밖에 모르고 지극정성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큰 사기를 당해 빚을 30억 원이나 지셨다. 지금으로 치면 100억 원이 훨씬 넘는 금액인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그 빚을 갚았다.

그러나 난 한 번도 그 일로 엄마를 원망해본 적이 없다. 딸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쁜 옷을 보면 ‘엄마 입으면 예쁘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엄마가 기운이 있을 때 어디라도 함께 가고 싶어 여행도 자주 모시고 간다. 그런데 만약 내가 결혼을 했다면 엄마랑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예전에는 ‘엄마 시집 보내고 내가 결혼할게’라고 말하는 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이제 남자랑은 못 살겠어. 내가 나이 들어서 누구 시중 들 일 있어?’라고 한다. 그럼에도 엄마는 아직도 결혼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엄마에게 ‘내가 남자 생기면 엄마랑 여행도 못 갈 거니까 그때 서운해하지 말고 지금 부지런히 따라다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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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Talk#3 혼자 사는 자식이 효자다 vs 결혼한 자식이 효자다 ▷혼자 사는 자식이 효자다

기업인 권정주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혼자 미국에 거주하고 계신다. 내가 24세에 결혼했을 때는 한국에 계셨는데, 그때는 어린 나이에 시부모님을 섬기는 것만 당연히 여겼다. 그러다 보니 친정 부모님을 챙길 줄 몰랐다. 누가 눈치 준 것도 없는데 혼자 그렇게 눈치를 보고 시부모님한테만 잘 보이려 한 거다. 그런 거 보면 혼자인 지금이 더 효자다.”

탤런트 김용림 “딸은 나한테 요리도 해주고 날 위한 행동들이 더 많아서 효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옛말처럼 결혼 안 하는 게 불효 같기도 하다. 그래서 결혼의 유무와 상관없이 부모 걱정 안 시키는 자식이 효자라고 생각한다.”

▷결혼한 자식이 효자다

가수 장호일 “결혼을 한 번 해본 사람으로서 결혼한 자식이 더 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미혼이었을 때는 꽃 한 송이랑 약간의 용돈을 드려도 잘 챙겨드리는 거였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양가 부모님을 챙기다 보니 ‘내가 결혼했으니까 예전보다 더 잘 챙겨야지’라는 부담이 생기더라. 그래서 지금은 꽃 한 송이가 꽃다발이 되고 용돈도 조금 더 챙겨드리게 됐다. 결혼하면 효자가 된다는 말이 양가 눈치를 보면서 효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생긴 말 같더라. 나는 그때 잘해드린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이혼을 한 지금도 아버님을 살갑게 잘 챙기려고 노력한다.”

방송인 최홍림 “나는 결혼한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을 챙기다가 부모님이 생각나서 연락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지금은 부모님이 안 계셔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많이 챙기려고 노력한다.”

탤런트 임채무 “아들은 여태껏 장가를 안 갔다. 딸은 결혼해서 손주까지 안겨 주었다. 그걸 보면 결혼한 자식이 효자다. 나는 아들이 결혼해서 나가 살면서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효도라고 본다.”

▶Chapter3. 결혼

▷“나는 혼자 뒷머리를 염색하다 펑펑 울었다” 탤런트 임채무

“누구나 죽음 앞에는 동일하기 때문에 나도 이에 대해 초연해지려고 한다. 대신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는 주의다. 그래서 숨 가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한 순간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온 적이 있다.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다. 나는 시한부선고를 받은 아내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내는 고통 없이 갔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허전하고 공허해서 일상생활조차 안 되고 심지어 한동안은 허상까지 보였다. 나도 모르는 새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던 시기였다. 뒷머리를 염색하거나, 등이 가려울 때 등 꼭 둘이 짝지어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 순간이 올 때면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다. 내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다. 세상을 헤쳐 나가기에 혼자보단 둘이 나은 것 같다. 서로 늙어가는 처지에 마지막까지 서로를 책임지고 보살피고 싶다. 그러다 세상을 떠나갈 땐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게 더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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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Talk#4 결혼 안 하면 죽을 때 비참하다 vs 어차피 결혼해도 죽을 때 비참한 건 똑같다 ▷결혼 안 하면 죽을 때 비참하다

탤런트 김용림 “나이가 들면 외롭지 않겠나. 나이가 들면 어떤 의미로는 친구처럼 살 수 있는 반려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탤런트 김청 “혼자 사는 게 걱정될 때가 있다. 어머니가 평생 나와 함께하실 수는 없지 않나? 엄마가 편찮으시면 마음이 상한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고, 두렵고, 무섭고, 속상하고 슬프다. 그래서 엄마도 나를 걱정한다.”

▷어차피 결혼해도 죽을 때 비참한 건 똑같다

가수 적우 “나도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혹시나 내가 치매에 걸리거나 아파서 혼자 세상을 정리할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그래서 자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입양을 생각해본 적도 있다. 물론 혼자 살면 입양이 안 된다고 하더라. 요즘에는 내가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요양원도 미리 연락해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내 노년의 계획을 미리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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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토크 주제 집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집 살 돈도 없는데 결혼을 미루면 안 되겠니?” 탤런트 황효은

“내가 결혼할 때가 시댁 형편이 안 좋아졌던 때였다. 집을 살 때 돈을 보태주지 못하셔서 그런지, 그 당시 시어머니께서 ‘세상이 만만치 않다. 더 연애해보는 건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내가 ‘어머니, 제가 프리랜서니까 투잡을 뛸게요’라고 해서 결혼을 했다. 그래서 혼수도 간략하게 했다. 처음에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신혼집을 새로 얻기보다는 경매로 원룸을 싸게 샀다. 대출도 조금 받고, 퇴직금도 당겨서 집을 샀는데, 큰 집에 살다가 원룸에 사니 너무 답답하더라. 그래서 원룸을 세주고 다른 집으로 옮겼다. 이후 총 7번의 이사를 했다. 결혼 9년 차인데 아이 낳고 친정에서 산 게 5년이다. 따지고 보면 4년 사이에 6번의 이사를 한 거다. 그렇게 겪어 보니 돈 없이 시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처절히 깨닫게 되었다. 결혼할 때 집의 유무가 장기적 재정에 차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결혼할 때 시댁에서 좋은 전셋집을 해준 친구를 보니 계속 시댁에 빚진 마음으로 사는 것 같더라. 아무래도 받은 게 있으니 때마다 해드리는 게 많아서 우리가 대출 받고 이자를 내는 거랑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시댁에 돌려드려야 하는데 아무리 돌려드려도 티도 잘 안 나 보인다. 반대로 우리 부부는 알아서 집을 장만했으니 항상 시부모님께서는 미안해하시고 우리도 빚진 느낌으로 살지 않으니 난 이게 더 좋은 것 같다.”

▷“어머니, 왜 대출받아서 집을 사야 해요?” 가수 자두

“우리가 처음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친정엄마가 심각하게 걱정을 하셨다. 남편에게 결혼 후에 어디서 살 거냐고 물었는데 남편이 ‘집 없습니다’라고 한 거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굳이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셨을 거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지금 월세 100만 원이 넘는 집에 살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주변 어른들은 한숨을 푹푹 쉬고 왜 그렇게 사느냐는 식으로 말씀하신다. 부모님들께선 집을 사라고 강요하진 않으시지만, 주변 어르신들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던지 전세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생각해보면 외국에는 전세가 없고 많은 사람들이 월세에 산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집을 사던지 전세로 들어가라고 한다.

이번 11월에 또 이사를 가는데, 이사 비용이 들지만 나는 여행가는 기분으로 이사를 다닌다. 사실 나는 새 아파트에서 첨단기술이 가미된 신식형 집을 맛보는 게 너무 좋다. 나름 집 평수를 늘리고, 주변 환경도 더 좋은 곳으로 월세 집을 옮겨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나중에 월세 낼 형편이 안 되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 시댁에 가거나 친정에 우리 두 식구 얹혀사는 게 일이겠나’라는 생각도 한다. 능력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도 나름대로 생활비를 아껴가며 월세를 잘 내고 살고 있으니 주변 어르신들이 너무 걱정 안 하셨으면 한다.”

▷“나는 잠잘 곳이 없어서 군대에 갔다” 영화배우 이달형

“우리 집은 1남 4녀의 대가족이었다. 그러나 내가 가족과 살 수 있었던 시간은 태어나서 100일 정도 밖에 안 됐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많은 방황을 하셨다. 아빠가 새로운 여자를 찾기 시작하면서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나는 친척집을 전전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중학교 때부터 혼자 살았다. 학생 신분이라 월세 집을 얻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학교 옥상, 남의 집 보일러실, 장례식장 등 이 세상에 내 집이 아닌 곳이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가난한 삶을 살다 보니 내 꿈은 ‘가족들과 나만의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내가 아늑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20대 초반에 잘 곳이 없어서 갔던 군대뿐이었다. 30개월 동안 매 끼니마다 밥을 주고, 잠잘 곳도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제대 후에는 연극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돈을 조금 모아 50만 원 보증금에 월세 8만 원짜리 방에 산 적이 있다. 그런데 월세 내는 날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매번 보증금을 다 까먹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그리고 38세에 장편 영화를 한 덕에 처음으로 원룸 전세방을 얻을 수 있었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행복을 나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무렵, 아내가 나에게 다가왔다. 결혼 후 가족을 얻은 나는 내 인생 처음으로 집도 샀다. 지긋지긋하게 혼자 살아봤기에 다시는 혼자 살고 싶지 않다. 나는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사는 집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 것이다.”

[글 이승연 기자 자료제공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02호 (17.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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