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 인터뷰⑥] 女 육아휴직만 늘리면 기업은 女 기피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일과 가정의 양립이요? 그거야말로 가장 성차별적인 질문 아닌가요?"
임 부사장은 질문의 내용이 아닌 방향을 꼬집었다. 그는 "왜 이런 질문의 끝은 늘 여성을 향하냐"고 되물었다. 남성 임원의 인터뷰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이야기가 여성 임원의 인터뷰에선 매일같이 등장하는 것에 뿔이난 듯 했다.
임 부사장은 30대 후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했다. "일하는 게 재밌었다"며 웃어보인 그는 아직 자녀가 없다. 하지만 육아에 대한 가치관은 누구보다 뚜렷했다. 그는 "육아든 집안일이든 모두 공동의 몫"이라며 "역할을 구분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새벽 세시에 일어나 도시락 싸놓고 출근하면서 아이를 키웠다'는 슈퍼우먼들의 희생 이야기,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그는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개인 특히 여성이 아닌 기업과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그리고 "회사가 남자한테 잘해야 한다"는 해답을 내놓았다. 어떤 의미일까. 남녀 모두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켜내기 위해서 '남성 육아휴직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여성의 육아휴직만 늘리면 기업은 여성 채용을 기피하게 된다"고 했다.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면 기업은 여자를 뽑든 남자를 뽑든 육아로 인한 단절은 생기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그럼 채용은 더욱 공평해질 거고요."
개인이 할 일은 경험을 키우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사람의 경험은 누군가에게 쉽게 복제하기 어렵다"며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을 쌓으려 했고 조직이 이를 알아봐주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에서는 부인을 일터로 보내고 육아휴직을 자처하는 남성 직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임 부사장은 "카카오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함으로써 A회사에 다니는 경력단절 위기의 부인이 일할 수 있게된 셈"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 딸을 위해 기꺼이 안식휴가를 희생하는 카카오의 아버지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은 카카오이기에, 이름 있는 대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통계청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20~30대 기혼여성 333만명 중 경력단절을 경험한 사람은 117만명으로 전체의 35%에 이른다.
임 부사장은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의 경력단절은 도덕적 문제가 아닌 경제적 문제라고 했다. 그는 "내가 CEO라면 성별 혹은 성과 외적인 것으로 차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뛰어난 사람을 선택하는 게 회사에는 늘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제게 젠더 차별을 한다면, 전 이렇게 말하겠어요. '보스의 손해'입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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