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쌀 220만t 남았는데"..벼 생산 줄었어도 재고 걱정

유영규 기자 2017. 11. 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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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0만t 줄어든 399만5천t으로 예측됐습니다.

연간 생산량이 400만t 이하로 떨어진 것은 저온피해가 극심했던 1980년(355t) 이후 37년 만입니다.

쌀 생산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재배면적 감소입니다.

지난해 77만8천700㏊였던 벼 재배면적은 올해 75만4천700㏊로 3.1% 줄었습니다.

여기에다가 봄 가뭄과 늦장마 등 고르지 못한 기후도 벼가 영그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이 때문에 10a당 생산량은 전년보다 1.8% 떨어진 529㎏에 머물 전망입니다.

과거 같으면 식량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겠지만, 정부는 여전히 쌀 재고를 걱정한다.

생산이 줄었는데도 남아도는 쌀을 주체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기준 정부의 양곡 재고는 206만t입니다.

여기에 민간 보유량(14만3천t)을 합하면 국내 쌀 재고량은 220만3천t에 육박합니다.

연간 생산량의 절반 넘는 쌀이 창고 안에 수북이 쌓여있는 것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80만t)보다도 2.8배가 많습니다.

이 중에는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2014년부터 시장에서 격리해 놓은 90만t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쌀은 수급불안이나 가격급등이 없는 한 시장에 풀리지 않고 꼬박꼬박 관리비만 축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공공비축용 35만t과 시장격리용 37만t 등 72만t의 쌀을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의무 수입해야 하는 쌀 40만8천700t도 새로 떠안아야 합니다.

지금보다 재고 부담이 112만t 더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쌀 재고가 쌓일수록 정부의 관리부담은 커집니다.

전국에는 4천500여 개의 양곡창고가 있는데, 쌀의 변질을 막기 위해 15도 이하의 온도와 11∼12%의 곡물 수분을 유지하게 됩니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쌀 1만t을 보관하는 데는 한해 7억4천만 원이 드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양곡 보관비로 쓴 돈만 1천669억 원입니다.

그러나 이는 순수한 창고 운영비에 불과합니다.

고미화에 따른 가치하락과 금융비용 등을 합칠 경우 정부에서 부담하는 돈이 6천200억 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쌀 재고가 쌓이는 이유는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하루 쌀 소비량은 169.6g으로 전년보다 1.6%(2.8g) 줄었습니다.

보통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공깃밥 하나 반 정도 먹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1997년에는 한 사람이 한해 102.4㎏의 쌀을 소비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30년 만인 지난해 61.9㎏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상황이 이렇다고해서 무작정 줄어든 밥쌀 소비를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남아도는 쌀을 처분하기 위해 새로운 소비처 발굴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정부에서 사들인 공공비축미는 이듬해 12월까지만 밥쌀용으로 공급된 뒤 3년 차에 접어들면 식탁에서 밀려납니다.

군납미나 복지용 쌀(정가의 10%)도 수매 후 1년까지만 공급됩니다.

햅쌀이 남아도는데 굳이 묵을 쌀로 밥을 지을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대신 남겨진 쌀은 떡, 과자, 막걸리, 소주 등을 만드는 가공용으로 싼값에 시장에 풀립니다.

현재 정부 양곡 창고에 있는 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2014년산 26만t입니다.

정부는 묵은 쌀과 수입쌀을 가공·주정용으로 할인공급해 재고를 줄여나기기로 했습니다.

묵은 쌀값에는 한해 20%씩 가치하락률이 적용됩니다.

산술적으로 따져 3년 지난 쌀값은 수매가의 40% 선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묵은 쌀은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오래된 것부터 처분한다"며 "이렇게 해야 가치하락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48만t이던 사료용 쌀 공급 역시 내년 75만t으로 확대됩니다.

아울러 식량원조협약(FAC) 가입 절차를 마무리해 한해 5만t을 해외에 원조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털겠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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