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보호 외쳤던 홍종학, '갑질' 계약서 작성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2017. 11. 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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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세청이 권했다며 쪼개기 증여 감쌌지만 '오독' 논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각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려는 청와대는 홍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고 있지만 검증은 산 넘어 산이다. 특히, 홍 후보자의 부인과 딸이 물려받은 건물 임대 계약서에서 현행법을 넘어선 갑질 조항이 다수 발견됐다. 이는 을지로위원회 소속으로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나섰던 홍 후보자의 의정활동과 정면 배치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홍종학 부인과 딸 건물, 부동산업자들도 혀를 내두른 갑질 계약서 작성

31일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공개한 홍 후보자 부인과 딸 소유 충무로 건물의 임대차계약서에는 갑질 조항이 여러 개 발견됐다.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고개를 내젓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홍 후보자 측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충무로 건물을 세입자들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계약 조항 해석에 관하여 갑, 을 사이에 이의가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을 따르기로 한다", "임대료를 2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갑은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등의 갑질 조항을 넣었다.

또한 계약서9조에 "을은 고의, 과실을 불문하고 임차한 표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에 훼손 및 손해를 초래케 하였을 때는 즉시 이를 원상으로 복구하거나 또는 이에 상당하는 손해액을 갑에게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계약서18조는 "을이 상기 각 조항 불이행으로 인하여 갑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모든 소송비 및 집행 경비는 을의 부담으로 하고, 갑이 임의로 을의 임대보증금에서 공제한다"며 소송 비용도 세입자에게 부담했다.

이밖에도 ▶"임대료를 지정 기일 내에 납부하지 않을 시에 계약이 해지된다" ▶"을은 임대료 및 기타경비를 매월 납부일까지 필히 납부해야 하나, 을의 사정에 의하여 납기일 경과 후 납입시는 총 납입할 총액의 연 10% 상당액의 연체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갑은 건물관리상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지 임차건물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을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 등의 세세한 조항도 발견됐다.

해당 임대차 계약서에는 홍 후보자 중학생 딸이 임대인으로 되어 있고, 홍 후보자와 부인이 법정대리인으로 등록돼 있다.

이는 명백히 현행 상기임대차보호법을 넘어서는 갑질 규정으로 해석된다.

계약서를 검토한 한 부동산 중계업자는 "통상적인 임대차 계약서와는 다르다. 임차인에게 불리해 튀는 조항이 많다"면서 "우리 업계에서는 이런 건물주들을 '진상'이라고 부르는데, 그 정도로 갑질 조항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계약서가 현행법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지만, 일단 계약을 할 때 세입자가 압박을 느낄 수 있는 갑질 조항이 여러군데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을지로위원회서 건물주 갑질 법개정 힘써…말과 행동 정면배치

문제는 홍 후보자가 19대 국회의원 시절에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주택과 상가 건물주들의 갑질 문제를 지적하고, 법 개정에 힘썼다는 점이다.

홍 후보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2014년 9월 주택 및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을지로위원회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임대료 폭탄과 권리금 약탈로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인들이 부지기수"라며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범위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서울의 경우 상권의 26%가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에 짧은 임대기간(서울지역 평균 임대기간 약 1.7년)과 과도한 임대료 인상과 불공정계약으로 인한 분쟁이 심각하다"며 "우리는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상인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바꾸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건물주 갑질 방지와 세입자 권리 확보에 앞장섰던 홍 후보자가 정작 중학생 딸에게 쪼개기 증여를 한 건물에서 최근까지도 세입자와 갑질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야권의 지명철회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여권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 및 보좌진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당이 주도한 세입자 보호 이슈와 정면 배치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청와대 "국세청에서 권했다"며 감쌌지만 오히려 잘못 해석

청와대는 홍 후보자에 대해 엄호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국세청 홈페이지에 비슷한 절세 방법에 나와있다고 소개하며 홍 후보자의 쪼개기 증여는 "불법이 아니다"며 적극 감쌌다. 이 관계자는 '내로남불'을 지적한 기자들에게 "그런 논리라면 여러분도 쓴 기사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국세청 자료에는 오히려 소득이 없는 미성년 자녀에게 쪼개기 증여를 하는 경우 가산세까지 물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청와대가 국세청 자료를 '오독' 해가며 섣부르게 감쌌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국세청의 '2017 세금절약가이드 2'에 207페이지를 보면, '자녀의 증여세를 부모가 대신 납부하면 또 다시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자녀가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증여세 상당액만큼 현금을 더해 증여해 세금을 내라"고 하고 있다. 즉, 소득이 없는 자녀의 증여세를 부모가 대신 내야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세금도 함께 내라는 뜻이다.

이런 국세청 지침과는 다르게 홍 후보자의 부인은 중학생 딸에게 증여세 2억2천만원을 빌려주는 가족간 채무계약을 체결하고 딸에게 이자를 받는 신종 기법을 택했다.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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