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동북아 리더십 재편](하)때 기다리며 힘 키운 중국 "미국 대신하겠다" 야심만만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7. 10. 3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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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신형 국제관계’ 천명…‘미 우선주의’로 생긴 리더십 공백 공략
ㆍ경쟁하되 정면 충돌은 회피…내주 ‘미·중 정상회담 결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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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집권 2기 대외정책 키워드는 ‘신형 국제관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노골적으로 외치며 생긴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백을 중국이 대신 메우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시진핑 절대권력’ 체제에서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꾸기 위한 공세적 행보가 예상된다. 일단 11월8~10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G2(미국·중국) 경쟁 시대’를 엿보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중국이 인류 운명공동체를 추구하겠다는 시 주석의 구상은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각종 자유무역협정 파기 및 재협상, 기후변화협약 탈퇴, 대외원조 축소 등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고,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보니 글래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의 당대회 연설은 세계적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낙관론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신형 국제관계 화두에는 중국의 힘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鄧小平) 때부터 이어져온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다)에서 벗어나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하겠다)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건국 100년인 2050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국몽(中國夢)’을 선언했다. 군사력도 미국을 뛰어넘는 강군몽(强軍夢)을 제시했다.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적극적 행보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견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신형 국제관계를 위해 상호존중,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자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해서는 단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도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남중국해 등 현안에서는 한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은 결국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곧바로 미·중관계의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경제력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군사적·외교적 영향력은 아직 미국과 견줄 수준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중국의 ‘원대한 꿈’은 2050년을 상정한 장기 과제여서, 미국과 경쟁은 하되 과도한 마찰이나 충돌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집권 2기’가 출범한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상호존중과 호혜에 근거를 둔 장기적이고 안정된 발전을 고취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포괄적 대중국 정책 부재는 양국 관계 예측을 어렵게 한다.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 중국센터소장은 “미·중관계에서 트럼프 정부의 접근법은 북한과 무역이란 두 가지 현안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돼 있다”면서 대중국 입장이 강온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8일 첫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과 양국 무역불균형 시정 조치를 압박하겠다고 예고했다. 양국 정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무역보복 조치 등이 현실화되면서 양국 관계는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더 진전된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추이 대사는 “장기적으로 볼 때 무역 흑자는 중국 경제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무역 문제에서도 양보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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