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마저 허무는 超경쟁 시대..기업마다 '생존 DNA'까지 바꾸고 있다

전수용 기자 2017. 10.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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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기업 500'에는 다국적 오일메이저인 엑손모빌이 1위에 올랐다.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2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로열더치셸, BP, 코노코필립스 등 오일메이저·에너지사와 GM, 셰브론,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포드 같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10년이 지난 2017년. 포천의 '글로벌 기업 500' 톱10에 여전히 이름을 올린 곳은 엑손모빌·월마트·로열더치셸·도요타 등 4곳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물갈이된 셈이다. 10년 전 2위였던 월마트가 1위에 올랐고, 1위였던 엑손모빌은 10위로 떨어졌다. 그 사이 중국 기업인 전력회사 스테이트그리드, 석유회사 시노펙그룹과 차이나내셔널페트롤리엄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폴크스바겐, 버크셔 해서웨이, 애플이 10위권에 진입했다.

손영권(왼쪽) 삼성전자 사장과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가 자율주행용 콘셉트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100년 기업, 200년 기업은 이제 20세기 개념이 됐다. 21세기 기업 경영은 업종 내 경쟁은 물론 업종마저 허무는 초(超)경쟁 시대로 가고 있다. 기업 수명도 짧아져 10년 이상 버티는 기업도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 창업한 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3%에 불과하다. 5개 기업이 만들어지면 5년 내에 4곳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5년 생존율은 2007년 30.9%에서 2008년 29%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5년 생존율이 40% 안팎인 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 EU(유럽연합) 회원국과 비교해도 기업 생존율은 상당히 낮다. 잠시 한눈을 팔면 곧바로 경쟁에서 뒤지게 되고, 생존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차를 시연하고 있는 현대차./현대차 제공

글로벌 경쟁 격화와 빨라진 변화의 속도는 기업에 매 순간 위기이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자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SK텔레콤이 5G 조기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SK 제공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지난 3~4년 동안 인공지능(AI) 기술에 많은 투자를 진행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IoT(사물인터넷)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사물인터넷 기기의 연결성 확보를 목표로 전 세계 주요 기업들과 협력하는 '오픈 커넥티비티 파운데이션(OCF)'을 구성했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준비해 오던 전장 사업은 글로벌 선두 기업인 하만 인수 완료를 계기로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장치), 텔레매틱스(자동차 무선통신 기술)까지 전장 사업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LG화학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셀(cell)을 확인하고 있다./LG 제공

사드 이슈로 인한 중국 판매 둔화, 미국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 봉착해 있는 현대차는 다양한 신차 출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고성능 라인업, 커넥티드카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 미래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쇼핑 도우미 ‘엘봇’을 이용하고 있다./롯데 제공

SK가 추구하는 미래 경영은 '함께하는 성장, 뉴 SK로 가는 길'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의 성장·발전'의 키워드로 내세운 것.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기업만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야 존재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급격한 주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사라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진단이다.

LG는 차세대 차(車) 부품 사업을 미래 신(新)성장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LG전자는 2013년 7월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출범시켰고, 차량용 통신 모듈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2013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관련 업계를 주도해 가고 있다. LG화학 역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LG이노텍은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에 대비해 2006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부품 기술을 전장 부품에 융·복합해 라인업을 다변화해 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새 비전은 고객의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다. 신규 사업 영역 개척 등을 통해 미래 50년에도 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지난 12일 롯데지주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 부문이 합병된 지주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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