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자에 자유 주고, 믿고 지원해 줘야"
[경향신문] ㆍ학술강연 위해 방한, 노벨 물리학상 아로슈 교수
“양자역학은 아직 기초과학의 단계이지 기술의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너무 빠르게 응용과학의 단계로 넘어가려고 해선 안됩니다.” 양자역학이란 원자, 소립자 등 미시 세계에 적용되는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기둥 중 하나다.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의 강연자로 나선 세르주 아로슈 ‘콜레주 드 프랑스’ 명예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기초과학 연구를 많이 해야만 기술 단계로 넘어가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로슈 교수는 빛 알갱이인 광자를 반사율이 높은 두 개의 거울 사이에 가두고 그 상태를 관찰해 양자역학의 핵심 이론인 양자의 중첩 상태(‘0’과 ‘1’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상태)를 규명한 공으로 201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2년 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총장을 그만두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고령화 사회를 과학과 문화의 측면에서 논의하는 이번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의 주제와 관련해 아로슈 교수는 “양자역학이 노인들을 위한 신약이나 인공기관을 만드는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물리학자들이 자기장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핵자기공명기법이 MRI로 발전하거나 레이저가 중력파 검출에 쓰일 것이라고는 당시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양자컴퓨터도 30~40년이 지나야 결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결과들은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기술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양자컴퓨터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그러나 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은 아직 꿈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구글과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그 실용화 시점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양자의 중첩 상태는 극히 미세한 외부 자극에도 깨지기 쉽기 때문이다. 아로슈 교수는 “현재는 소수의 양자비트를 조작하는 방법만 깨달았다”며 “오류를 수정하는 데 오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연구실에서 3대가 노벨상을 수상한 비결을 묻자 그는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그들을 믿고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미 50년 전에 그런 분위기가 있었고 그 분위기가 대대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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