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인터뷰 "지역 토호 비호가 전 정권에서 현정권으로 "
[경향신문] 30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지방법원 앞. 평화주민사랑방 등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장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도가니> 등의 책으로 유명한 공지영작가(54)가 끼어 있었다. 이날 회견은 사기와 의료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모 목사(여·44)와 김 모 전 신부(50)를 엄정하게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내는 자리였다. 몸이 열개라도 바쁜 공 작가의 전주방문은 지난 9월29일 1차 공판에 이어 세번째다. 그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기 위해 쫓아다녔다고 했다. 수사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왜 유명작가가 나서서 하고 있는 것일까.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면 제가 왜 발품을 팔겠습니까. 검찰이 축소수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훤한데 아무도 움직여주지 않았어요. 제가 뛰어 다니며 수집한 증거가 10건이 넘는데 달라고도 하지 않아요.. 봉침을 성기에 시술하고 그것을 빌미로 돈을 강탈한 명백한 의료법 위반행위들입니다. 크게 보면 성매매법 위반이 될 수 도 있는데 검찰은 봉침시술 한 건만 기소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기소한 봉침시술행위도 이 목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습삼아 직원을 상대로 한번만 한 것으로 적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사건을 축소시켰다는 전제하에 그 배경에는 유력 정치인의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어느날 갑자기 사건을 축소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수사관의 제보를 직접 들었어요. 전 정권에서 이어진 지역토호들에 대한 비호가 현 정권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공 작가는 외압 대상자로 유명 정치인 5명이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들이 사건을 축소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면 엄청난 문제이고, 시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를 또 슬프게 하고, 이 사건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동학대문제예요. 아이가 벌침을 맞기도 하고, 속눈썹이 잘려온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검찰은 이 진술조서에 날인도 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어요. 전 검찰이 당연히 아동학대죄로 기소했을 걸로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 목사는 전 사제와 공모해 아이 둘을 입양했는데 배꼽도 떼지 않은 아이들 놀이방에 맡겼지 않습니까. 그래놓고 사진 찍어 자신들이 키우는 것처럼 모금활동을 했어요. 아이들은 물품인가요.”
이 목사 등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빚어지는 알력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검찰에 손 닿아 있다고 큰 소리치는데 왜 이 사람들에게는 법이 없는 것이냐. 도대체 누가 이 사람들을 두 눈을 뜨고 비호하고 있는 것이냐”는 발언을 하면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 작가는 “검찰은 이 시대에 시민들로부터 가장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면서 “이 사건을 기회로 삼아 압수수색 물품에 대해 모든 것을 공개하고 떳떳하게 재조사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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