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핵 EMP탄, 서울 남산 위에서 터지면.. 군산까지 반경 252km 전자·통신장비 먹통

박수찬 기자 2017. 10. 3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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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硏 시뮬레이션 결과, 계룡대 등 軍지휘통신망 무력화
일각 "피해 범위 너무 적게 잡아~ 전국이 모두 영향받을 가능성"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북한이 6차 핵실험 수준의 폭발력을 가진 핵 EMP (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펄스)탄을 서울 상공에서 폭파시킬 경우 최소 서울에서 군산까지 전자 장비·시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모의실험(시뮬레이션) 결과를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29일 제출했다. 육군본부 등 우리 군 지휘부가 있는 계룡대를 포함한 중부지역 대부분이 피해 영향권에 들어간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북한 핵 EMP탄 모의실험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DD가 이달 중순 실시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에 제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남산 상공 40㎞ 지점에서 160킬로톤(1킬로톤은 TNT 폭약 1000톤 위력) 핵EMP탄이 터질 경우 군산~김천~동해시를 잇는 한반도 중부 지역(반경 252㎞)이 10㎸/m(전계 단위) 이상의 전자기펄스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민간에서 쓰는 전력과 통신은 물론, 우리 군의 지휘통신망과 방공시스템 등이 무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m는 1962년 옛 소련이 카자흐스탄 상공에서 실시한 고(高)고도 핵실험 당시 국가기간망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강도다. 핵EMP탄이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ADD는 소련의 이 핵실험 자료를 근거로 피해 예상 범위를 추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핵 EMP탄이 터질 경우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전자기펄스가 말발굽 모양으로 확산되며 남쪽에 피해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터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평택까지는 훨씬 강한 전자기펄스(20㎸/m)에 노출된다고 ADD는 예상했다. 북한 개성·해주 등도 피해 영향권에 들어가지만 북은 전자 시설이 한국에 비해 적고 핵 EMP 공격에 앞서 전원을 끄는 등 대비를 할 수 있어 우리 측보다 피해가 적다고 한다.

이런 분석에 대해 피해 기준을 너무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1960년대 소련에 비해 현대는 전자 장비의 사용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정연춘 서경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일반 전자기기의 경우 5~6㎸/m 수준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망가졌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며 "특히 회로의 길이가 길수록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전력·통신망의 경우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ADD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 대부분 지역이 5㎸/m 범위에 들어간다.

윌리엄 그레이엄 전 미국 의회 EMP 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증언에서 "(EMP로부터) 보호되지 않은 장비의 경우 1㎸/m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EMP 노출에도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댐, 발전소, 가스관 등 인프라에 적용되는 원격제어장치의 경우 약한 수준의 EMP에 노출될 경우에도 오작동해 수돗물·가스 공급 등이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이 EMP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6차 핵실험 당시 한국에 대한 EMP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국내 EMP 방호 시설은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다.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당초 우리 군은 고정시설 400여곳에 대해 EMP 방호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현재까지 50여곳에 대해서만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철희 의원은 "범정부적으로 EMP 방호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EMP 방호 사업 완료 시점도 획기적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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