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에 취한 '불금'.. 밤새 무법 파티

2017. 10.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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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2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좀비로 분장한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여성의 얼굴과 허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투명한 창 너머로 교복 차림의 여성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한 중년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었다.

곁에 있던 술에 취한 여성은 파출소 바닥에 연신 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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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고 얼룩진 이태원의 밤

[동아일보]

27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서 참가자들이 춤을 추며 즐기고 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서는 성추행과 절도 등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뭐야, 이 미친놈!”

28일 오전 2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핼러윈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복장으로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신데렐라 드레스 차림의 여성에게 쏠렸다. 좀비로 분장한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여성의 얼굴과 허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문제의 남성은 여성의 항의에 미안한 기색도 없이 키득거리며 함께 온 일행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소동을 지켜보던 기자의 얼굴 옆으로 담뱃불이 휙 스쳐갔다. 불을 붙인 담배를 든 한 남성이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 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가 손에 든 담배는 잠시 뒤 간호사 복장을 한 여성의 등에 닿았다. 담배 불똥이 흰 옷 위로 튀었다.

이태원 일대에서 27일 열린 핼러윈 축제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무질서가 판을 쳤다.

이태원 중심가의 한 클럽. 투명한 창 너머로 교복 차림의 여성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한 중년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었다. 문제의 남성은 여성들의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까지 해가며 한참 동안 ‘몰래카메라’ 촬영에 열중했다. 선정적인 차림의 여성만 찾아다니며 카메라로 현장 생중계를 하는 BJ(인터넷방송 진행자)도 종종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선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스파이더맨 등 영화 캐릭터 복장을 한 취객 한 무리가 도로로 몰려나와 주행 중인 차량 옆으로 쓰러졌다. 한 남성은 “내 발이 밟힐 뻔했다”며 차량 운전자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정차 중인 택시 보닛 위에 큰대자로 누워서 잠든 남성도 있었다. 택시 운전사는 “깜빡 못 보고 출발이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혀를 찼다.

인도에는 깨진 병 조각이 나뒹굴었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들은 총총걸음으로 유리 조각을 피하느라 애를 먹었다. 클럽과 술집 화장실은 핼러윈 축제 참가자들이 남긴 분장용 물감 얼룩으로 난장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 일대의 유동인구는 20만 명으로 평소 금요일 밤의 2.5배나 됐다. 취객이 늘면서 경찰을 찾는 허위 신고도 급증했다. 28일 오전 2시 반경 한 공용화장실 비상벨을 통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급하게 출동했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된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허탕을 친 출동 경찰관은 “술에 취해 신고용 벨을 잘못 누르는 경우가 잦다. 오늘 같은 날은 (장난 삼아) 일부러 누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분장 때문에 오해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5시경 만취한 20대 남성들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현장에는 피투성이가 된 남자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상처 입은 분장을 한 남성들이었다.

이태원 파출소는 아예 시장통으로 변했다. 술에 취한 채 행패를 부리다 수갑이 채워진 한 남성은 경찰관들에게 “이거 풀라고. 이 어린 놈의 ××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곁에 있던 술에 취한 여성은 파출소 바닥에 연신 침을 뱉었다. 짧은 머리의 한 남성은 술이 덜 깬 상태로 경찰관에게 “담배 한 대만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파출소 안은 신고자와 붙잡혀 온 사람들로 날이 샐 때까지 북적였다. 취객의 욕설에 시달리던 한 경찰관은 “밤새 사건 사고가 하도 많아서, 자꾸 무전을 치다 보니 아예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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