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도 귀찮아 질문만.. 전부 알려달라는 '핑프족' 아세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7. 10.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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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부터 초등생까지 확산..숙제도 직접 해결하지 않고 의존
핵심 좇는 입시 위주 교육이 원인..무분별한 정보 수용 방식도 우려

온라인에 질문하는 것이 일상화하면서 최근에는 자신이 직접 정보를 찾으려 노력하기보다 무작정 질문부터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엔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핑프족'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핑프족'은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 또는 '핑거 프린스(finger prince)'를 줄인 말로, 간단한 정보조차 스스로 찾아보거나 조사하지 않고 온라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상황은 10대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10대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핑프 사절' '핑프짓 그만' '손가락이 공주(왕자)님이라서 검색할 줄도 모르느냐' 등 이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검색만 해도 나오는 정보, 직접 안 찾고 남에게 질문

특히 내달 치러질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요즘 많은 온라인 대입 커뮤니티가 '핑프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간단한 입시 정보에 대해 묻거나,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내용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쇄도해서다. 유용한 대입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를 자주 찾는다는 고 3 김준영(가명·18)군은 "수능 공부와 대입 준비에 지쳐 최신 정보를 일일이 찾기 어렵다는 점은 같은 수험생으로서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대학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알 수 있는 단순한 내용까지 알려달라고 하는 걸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 떠먹여 달란 얘긴지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재수생 김아영(가명·19)양도 "요즘엔 온라인 광고나 홍보 글보다 이런 핑프족 질문이 더 거슬린다"며 "게시판에 글 올릴 시간에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는 게 훨씬 빠르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 역시 이런 핑프족의 질문 세례에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한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 관계자는 "같은 질문에 대한 기존 답글이 있는데도 물어보거나, 답변을 해줘도 또다시 묻는 경우가 많아 알려주는 사람까지 허탈해질 때가 잦다"며 "현재 '이런 질문은 삼가라'는 공지까지 올린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형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상담글 작성 양식 첫머리에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모집요강 내용 숙지하고 질문하기'라고 쓰는 등 핑프족 대응 방안까지 마련했다.

이런 현상은 점차 고교생을 넘어 초등생으로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과거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해 '베끼기'로 학교 숙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예 직접적으로 대신해 주길 바라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돌며 검색해 '짜깁기'하는 것조차 수고스럽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초등학교 3학년생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숙제인데,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하고 다양하게 알려달라. 살펴보고 골라서 쓰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학교 토론 주제가 '왜 학교 숙제를 해야 하는가'이다. 찬성 측 주장과 근거, 구체적 자료 등을 최대한 빨리 써달라" "독후감 숙제를 해야 하는데, 책 줄거리와 느낀 점 등을 알려달라" 등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 과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단 남에게 의존해 쉽게 넘어가려는 경우가 잦았다.

◇핵심내용 빨리 익혀야 좋은 점수 받는 '주입식 교육' 원인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대학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꼽는다. 빠르게 핵심 정보를 습득해야만 성과를 얻는 현 교육환경이 이를 더욱 심화하게 했다는 얘기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청소년은 어떤 분야를 공부할 때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깊게 생각하며 공부하기보다는 핵심 내용만 간단하게 정리한 요약본을 보려고 한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진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이런 단편적이고 자기 중심적 지식 습득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터넷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얻다 보니 청소년의 지식 습득 방식이 점차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근본적인 고민이나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이 온라인상에 올려놓은 지식만 습득하는 게 습관화됐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예전엔 도서관에서 온종일 수많은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던 지식을 이젠 인터넷을 통해 손쉽고 편리하게 습득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이런 정보를 끊임없이 익혀 내 것으로 체화하지 않으면 '빌려온 지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0대들의 무분별한 정보 수용 방식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얻어낸 답변은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가 섞여 있을 수 있고, 특정인이 단편적으로 수집한 편향된 정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가짜 정보에 휩쓸리기 쉬운 청소년기부터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자신에게 필요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험생 회원이 다수인 유명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 공지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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