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굴기' .. 자전거 공유업체가 대한항공 추월

손해용 2017. 10. 3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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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규제·인구 덕에 기업가치 급등
벤처투자 비중은 전 세계 20% 육박
유니콘 기업 3분의 1도 중국서 나와
"한국도 규제 틀 바꿔 힘 실어줘야"

세계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개 가운데 7곳은 중국 기업이다. 미국 다음으로 많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꼽은 올해 ‘50대 스마트기업’에도 중국이 7곳으로 미국의 뒤를 이었다. 덩치뿐 아니라 내실도 갖춰가고 있다. 중국 인터넷 10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46.8% 증가한 1조700위안이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9.4%이며, 11곳은 40%가 넘는다.

중국이 ‘디지털 강국’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최근 발표한 ‘중국의 디지털 경제’ 보고서에서 “중국은 예상보다 훨씬 디지털화됐으며, 이미 디지털에 대한 투자·활용에서는 대국으로 부상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2011~13년 120억 달러에서 2014~16년 770억 달러로 6배 이상 커졌다.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에서 19%로 불었다. 투자는 주로 핀테크·가상현실(VR)·웨어러블·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에 집중됐다. 덕분에 미래를 대표할 인터넷 기업이기도 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의 수는 중국이 89곳으로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의 자전거 공유서비스 업체인 모바이크와 오포의 시장가치는 각각 30억 달러(3조3900억원)다. 29일 현재 대한항공(3조200억원)·아시아나항공(9300억원)의 시가총액을 웃돈다.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안트파이낸셜의 기업 가치(600억 달러)도 국내 금융회사 시총 1위인 KB금융(24조6200억)보다 많다. 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은 트렌드를 이끌 세계적인 디지털 기업을 계속 배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디지털 굴기(崛起)’의 힘은 우선 규모에서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7억3100만 명, 휴대전화 이용자는 6억9500만 명으로 각각 미국·유럽연합(EU)을 합친 것보다 많다. 덕분에 중국이 전세계 전자 상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 미만에서 지난해 42.4%까지 늘었다.

이는 기술 발전을 북돋는다. 예컨대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11월11일 ‘광군제’ 때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량은 평소의 11~12배로 폭주한다.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려면 온라인 결제 기술이 고도화돼야 한다. 기술 개발은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서 시작한다. 맥킨지는 “영어를 휴대전화로 입력할 때 단어당 평균 1.1초가 걸리지만 중국어는 1.6초나 걸린다”며 “중국어를 입력하는데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인터넷 공룡들이 자체적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과감한 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에 나서는 점도 디지털 굴기의 원동력이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세서미신용관리’가 대표적이다. 중국 인구의 약 4분의 1은 제도권 금융 거래 기록이 없어 기존 신용평가 방식으로는 등급을 낼 수 없다. 이에 세서미는 온라인 결제 실적과 휴대전화 대금 납부내역 등을 토대로 신용평가 점수를 매기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이두는 의사 진료를 돕는 AI 챗봇,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텐센트는 인터넷은행 ‘위뱅크’,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 ‘메이투안-디엔핑’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의 저강도 규제 정책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신규 디지털 사업에는 규제를 가하지 않다가 시장이 커진 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사후 규제를 도입했다. 온라인 송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지 9년이 지난 2014년에야 소비자 보호장치를 뒀고, 2016년에 거래 규모에 제한을 둔 것과 같은 식이다. 새로운 사업에 강한 규제를 두는 한국과 대비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시장에서 실험을 할 재량을 준 덕분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며 “한국도 법에서 허용한 것 외에는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된 것외에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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