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비트코인은 정녕 문제인가
[경향신문] 비트코인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각계의 비난과 우려의 이유는 좀 우습다. 단지 심정적으로 못마땅한 듯하다. 첫째, 변동성이 심하다고 한다. 변동성이 심한 자산은 얼마든지 많다. 금이나 원유도 그런 자산 중 하나다. 금은 변동성이 상당히 심한데도 투기적이라고 하지 않고 안전자산이라고 한다. 금이 하면 로맨스고 비트코인이 하면 불륜인가. 둘째,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범죄와 뇌물로 치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산은 현금, 즉 돈다발이다. 현금이 하면 로맨스고 비트코인이 하면 불륜인가. 현금의 무기명성이 문제이다. 무기명 채권도 그런 안 좋은 용도로 종종 쓰인다. 셋째, 해킹에 노출된다고 한다. 은행 예금도 해킹되곤 한다. 해킹 위험이 0인 자산은 세상에 없다. 심지어 실물인 부동산도 사기를 당해 빼앗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이 왜 가치를 갖느냐고 한다. 그럼 금은 왜 가치를 갖는 것인지, 종잇장에 불과한 지폐는 왜 가치를 갖는 것인지, 역으로 묻고 싶다.
새로운 것의 등장에는 저항과 반대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버가 등장하니 기존 택시 시스템과 택시기사가 위협받는다. 자동차가 나오니 기존 마차 시스템이 위협받는다. 기계가 등장하니 사람의 노동이 위협받는다. 자신의 위치나 생계가 위협받는 이들의 저항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마저도 종종 거부한다. 단지 새로운 것 자체에 대한 심정적 거부감이나 불신일 것이다. 새것이 날마다 튀어 나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참으로 안 맞는 사고방식이다.
많은 경우, 새것의 존재에 관한 기본적 인정 여부마저도 정부로 넘어간다. 정부가 공인 또는 인증했느냐는 것이다. 또는 어딘가에 등록했느냐는 것이다. 이는 민간의 요구일 수도 있고, 정부 스스로의 개입일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에 의한 공인, 인증 이런 게 많다. 벤처도 벤처인증을 받아야 한다. 공인인증서의 불편은 개선되지 않는다. 여전히 KS 마크나 품자 마크 찍어 주던 시대를 살고 있다.
새것은 결국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된다. 정부가 인정하면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사라지거나 지하경제로 숨어든다. 정부의 판단은 항상 지극히 보수적이다. 예를 들어, 표준산업분류에서 새것의 위치를 찾을 길이 없다. 관계 법령도 없거나 모호하다. 기존 체제에 새것이 구겨 넣어지지 않는 것이다. 기존 체제의 관점으로는 도저히 새것의 실체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그래서 해외 사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른 나라 따라 보폭을 맞추는 것이다.
사실 비트코인과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는 각국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그리고 달러를 발권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비트코인이 더욱 활성화되고 대중화되면, 이들 강력한 세력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제 규모에 따라 통화량이 적절하게 늘어나는 것이 맞지만, 통화는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의 이른바 통화정책이란 미명하에 만신창이가 되어 왔다. 양적완화에서 보듯, 경기부양을 위한 약방의 감초가 팽창적 통화정책이다. 경기가 과연 부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통화의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근로를 통해 착실히 저축한 이는 항상 손해를 보아 왔고, 자산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상승해 왔다.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인지하기 어렵지만, 부와 소득의 불공정한 불균형에 통화가 크게 일조해 왔다. 비트코인은 이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민간 자발적인 방어와 저항의 산물이다. 심심해서 만들어 낸 게 아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보다 이미 어디에선가 심지어 지하경제에서라도 국경을 넘어서는 결제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지하경제 수단이라고 비하할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는 현금이 더욱 문제가 많다. 국제적 결제수단은 달러나 금밖에 없다. 금은 간신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비트코인은 단시간 내에 그런 국제적 결제수단이 된 것이다. 그러니, 그 가치가 급속히 올라갈 만한다. 물론 버블도 없지 않다.
기존 통화체제를 뒤엎고 비트코인이 그 자리를 지배적으로 대체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그럴 가능성이 결코 작지는 않다. 그런 세상에서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신용 창조와 같은 용어는 사라지거나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미국 Fed도 존재 이유가 없다. 미국의 달러 패권 또는 달러 시뇨리지 혜택 등은 사라진다. 통화, 환율, 금융 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사실상 제로가 된다. 비트코인으로 모든 자산 가치가 측정되므로, 이제는 달러나 각국 통화가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을 두고 우려와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처럼 동전 없는 사회, 나아가 실물 통화 없는 사회라도 우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빈기범 | 명지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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