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한국형 국가 R&D' 성공의 조건

2017. 10.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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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논평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GDP 대비 투자 비율에 비해 저조한 성과,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낮게 나타나는 사업화율 등이 주된 골자다.

오는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코엑스(COEX)에서 개최되는 산업기술 R&D대전은 다양한 산업기술 분야에 투자된 R&D 성과를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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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성과확산단장
신성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성과확산단장

근자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논평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GDP 대비 투자 비율에 비해 저조한 성과,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낮게 나타나는 사업화율 등이 주된 골자다. 세계 최초 CDMA 서비스 상용화 성공 이후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가 없다보니, 여론도 이런 지적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사업 구조 조정을 통해 예산을 효율화하자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일부 옳은 부분도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그 자체로 정책목표가 되는 숫자로, 성과가 부진함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는 아니다. EU는 2000년 3월 '리스본 어젠다'를 발표하면서, GDP 대비 3%를 R&D 투자 목표로 설정하고 회원국 모두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가 GDP 대비 4.2%를 투입하고 있는 것은 정책 노력을 통한 성과로 해석돼야 하며 잘못된 투입으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아니다.

효율성 향상은 응당 필요한 일이지만 과감한 투자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저서 '기업가형 국가'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혁신의 아이콘이 된 기저에 다양한 정부 R&D를 통해 창출된 기반기술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기반기술들은 가시적 성과지표로 관리된 성과가 아닌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긴 안목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한 결과물인 것이다.

투자 대비 성과부진의 주요 근거로 사용되는 사업화율의 경우, 흔히 인용되는 근거는 미국, 영국, 일본에 비해 수치가 저조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출처가 불분명한 비교 수치가 꼬리를 물고 인용되는 형국이다. 미국 69%, 영국 70%, 일본 54%라는 사업화 수치는 출처를 찾을 수 없으면서도 10년 넘게 인용되고 있다.

R&D의 유형에 따라 사업화되는 형태가 상이하므로 국가 간 비교를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편적으로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단순 비교를 통해 국내 R&D의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모든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바라는 것은 효율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 클러스터를 융성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세계 산업현장을 연구한 미국의 알렉 로스가 지적했듯이, 실리콘밸리의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국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에 맞은 혁신의 형태를 찾아야 한다.

흔히, '한국형'이란 수식어가 붙는 정책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는 정책은 한국형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비교 수치로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여건과 특수성을 극복할 수 있는 꾸준한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터이다.

오는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코엑스(COEX)에서 개최되는 산업기술 R&D대전은 다양한 산업기술 분야에 투자된 R&D 성과를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회다. 본 행사를 통해 국민들도 국가 R&D가 노력하는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묵묵히 기술개발에 전념하는 산·학·연 연구자의 R&D 성과를 체험함과 동시에 국가 R&D를 응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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