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무한긍정의 神' 토르

김시균 2017. 10.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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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토르 : 라그나로크'
판타지와 SF 조화된 화면..전작들보다 완성도 높아 닷새만에 200만명 돌파
'토르' 시리즈는 그간 총 두 편이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토르: 천둥의 신'(2011)이 169만명을, '토르: 다크 월드'(2013)가 304만명을 모으며 '아이언 맨' 시리즈의 성적에는 번번이 미치지 못했다. 자기 외에는 쥘 수 없는 극강의 망치가 전매특허인 이 '천둥의 신'은 말 그대로 신이므로, 힘으로 치면 헐크와 쌍벽을 이루는 '캡짱'이건만, 애석하게도 인기 면에선 가장 낮은 축이었다.

그래서 지난 25일 '토르: 라그나로크'(이하 '토르3')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처음엔 시큰둥했을 관객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미리 귀띔하자면 이번엔 정말 다르다. 장담컨대 '토르3'는 숱한 마블 히어로물을 통틀어 가장 잘 만든 영화 중 한 편이며 가장 재미있고 또 '골 때리는' 영화다. 전작들을 재미 없게 봤거나 '마블'과 '디씨'에서 공산품처럼 쏟아내는 히어로물 자체에 신물이 난 사람일지라도 분명히 '엄지 척' 하리라 단언한다. '토르3'는 "전작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말처럼, 기존의 '토르'를 허물고 새로운 '토르'를 구축해낸 영화다. 초입부터 토르에게 두 가지 상징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제 마스코트이던 망치가 죽음의 여신 헬라(케이트 블란쳇)라는 생판 처음 보는 성깔 더러운 누나에 의해 박살나 버린다. 자신보다 몇 배는 센 게 분명한, 이 무시무시한 누나 때문에 괴행성에 떨어지게 되더니 알코올 중독자 발키리(테사 톰프슨)의 노예로 붙들려 버리고, 그리 자부심을 갖던 금발의 장모마저 싹둑싹둑 잘려 나간다. 한마디로 수난의 연속.

그러니까 이 영화는 부제를 하나 달자면, '토르의 수난기'이자 '다시 태어난 토르'쯤 될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토르가 아버지 오딘(앤서니 홉킨스) 뒤를 이어 아스가르드의 왕이 되는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그러기까지 과정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사건들의 성찬이다. 일단 서사는 두 갈래로 흐른다. 토르와 그의 철부지 동생 로키(톰 히들스턴)의 누나 헬라가 지하 감옥에서 나와 아스가르드를 손에 넣는 이야기가 한 줄기다.

이 와중에 우리 '몸짱' '힘짱' '얼짱' 토르가 망치도 없고 머리마저 이등병처럼 짧아진 애처로운 모습으로 그랜드마스터(제프 골드브럼)라는 사이코가 지배하는 괴행성에 불시착해 노예 검투사로 전락하는 이야기가 또 다른 줄기다. 토르는 제 목에 술꾼 발키리가 부착해놓은 전기충격 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처지에 놓이는데, '천둥의 신'으로서는 굴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먼저 와 있던 로키는 그랜드마스터의 총애를 잃고 싶지 않아 눈앞의 형을 얄궂게도 모른 척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토르의 모습은 전혀 침통치가 않다. 이 영화 첫 시퀀스에서 불의 거인 수르크와 주고받던 '병맛' 만담들처럼 무수한 'B급 유머'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 무한한 긍정의 태도! 트레일러에서도 공개됐지만 자신보다 먼저 불시착해 단숨에 검투사 챔피언이 돼 있던 헐크(마크 러팔로)를 맞상대로 만나더니 반가움에 겨워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좋았어! 잘 아는 친구야, 직장 동료지!"

이후 이야기는 아버지 오딘의 '비전'을 통해 각성한 토르가 언어 구사력이 상당히 진일보한 우리 헐크와 '내가 더 세니 네가 더 세니' 쓰잘머리 없는 농담들을 주고받다가 헐크와 아스가르드 정예 요원 발키리를 설득(?)해 '리벤져스' 팀을 꾸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뒤를 기상천외한 검투사 외계인들과 철부지 동생 로키가 뒤따르는 것인데, 이후 이야기는 예상대로다. 헬라가 만신창이로 만든 고향별로 돌아와 그녀와 다 대 일 '맞짱'을 뜨는 것.

이게 물론 전부가 아니다. 중세 판타지와 원미래 SF적 공간을 혼융시킨 듯한 이채로운 색감의 미장센과 이미지들, 특히나 그랜드마스터가 지배하는 괴행성의 오색찬란한 건물들 및 외계인 또한 볼거리다. 극 초반 닥터 스트레인지의 카메오 출연과 더불어 케이트 블란쳇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이번이 첫 등장인 발키리 역의 테사 톰프슨 등 어느 인물 하나 빠짐없이 꽉 찬,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야말로 '토르'의 전화위복이랄까. 이 영화는 실제로 개봉 닷새 만에 200만여 명을 모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역대 10월 최고 흥행 외화인 '닥터 스트레인지'보다 빠른 속도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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