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원전 짓는다고 집도 못고치게 하더니 대책없이 백지화"
2012년 개발사업 예정지로 고시되며 재산권 행사 제한
한수원 이미 전체 부지 18% 가량 매입
지주 38명, 한수원에 "원전 짓기로 한 땅 매입해라" 소송
주민들 "천지원전 백지화도 공론화 과정 거쳐야" 주장
영덕군도 "원전짓기로 하고 받은 380억원, 사용하게 해 달라"
29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회관. 할머니 7명과 마을 이장이 모여 근심스러운 얼굴로 천지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가 신규원전 백지화만 얘기하고 주민 피해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24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발표로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가 사실상 결정됐다.
천지원전건설준비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3~4군데 가구만 보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찬 석리 마을 이장은 "원전 건설사업 추진에 앞장선 주민 일부만 토지매입에 동의해 보상을 받았고, 외부 투자자들은 건설 제한 고시 나오기 전에 펜션 한 채 후딱 짓고 한수원에 팔고 나갔다. 남은 건 진짜 주민들 뿐"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매입공고에 들어가 전체 부지 중 18.2%(59만여㎡)를 매입한 상태다.
소송에 참가한 조혜선 천지원전 지주총연합회 회장은 "천지원전 건설이 탈원전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바뀌었는데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게 됐다. 다른 대체 에너지 단지를 짓든지, 정부에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공기업인 한수원은 정부의 원전 정책을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소송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천지원전 지주들과 석리생존권대책위원회는 30일 국회 앞에서 정부에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또 성명서를 통해 "신규원전 전면 백지화에 대한 정책도 신고리 5·6호기처럼 공론화 절차를 거쳐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오전 9시 이희진 영덕군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원금 380억원을 사용토록 즉각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천지원전 고시지역 부지에 대한 적극적인 매입과 이 부지가 신재생에너지·문화관광·공공산업등 국책사업의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 제시 마련도 촉구했다.
이른 시일 내 천지원전 고시지역 해제절차를 진행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 군수는 "지난 7년간 천지원전 추진과정에서 영덕군이 겪은 극심한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산자부는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후속 조치 및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6기)은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해 현재 24기인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영덕=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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